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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작가가 유 퀴즈 온 더 블럭 '꾼' 특집에 새로운 장편소설 '작별인사' 출간 소식과 함께 이야기꾼으로 출연했다. 영화로도 제작된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단편집 '오직 두 사람'이 있었지만 장편소설은 9년 만이다.

  소설가의 발상법, 일상에 재미를 더하는 상상법, 글 잘 쓰는 법, 김영하 작가에 대한 오해 등 이야기꾼답게 흥미롭고 유익한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글쓰기, 스토리텔링 노하우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강의가 될 것이다.

김영하 작가의 발상법

  매번 새로운 인물, 상황, 복선 등을 써야하는 작가는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생각해낼까? 김영하 작가가 소설가의 발상법을 공개했다. 그에게는 '절대 쓰지 않을 이야기들의 목록'이 있다고 한다. 안 쓴다 생각하고 막 써보는 목록이다.

  '이런 이야기를 꼭 써야지!'라고 생각하면 잘 쓰고 싶은 부담감에 글쓰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어차피 안 쓸 이야기니까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노트에 마구 쏟아내는 거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쓸게 없을 때 문득 그 노트를 펼쳐보면 의외로 쓸 만한 아이디어들이 보인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에 대한 오해

"친구를 덜 만났으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인데 "김영하, 친구? 필요 없다!"로 잘못 인용되어서 친구들이 서운해한다고 한다. 이 말의 핵심은 친구가 아니라 '술자리'다. 쓸데없는 술자리와 술을 멀리하고 그 시간에 책을 보든 운동을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다른 약물은,
그걸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끊은 사람을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 하는데,
유독 술만큼은
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그걸 하는 사람들이 정상으로 보인다."

- 책 <금주 다이어리> 중 

 

  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 김영하 작가는 최근 읽은 책 '금주 다이어리'의 한 구절을 통해 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기한 태도를 말했다. 술은 중독성 높은 약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마약이나 다른 약물은 위험하게 생각하면서 이상하게 술에만 관대하다.

  예를 들어 술을 안 마시거나, 못 마신다고 하려면 변명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먹다 보면 는다' 등 걱정인 듯 핀잔인 듯 한마디가 따라온다.

  그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던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사람 같다. 보통 사람들이 바빠서, 익숙해서 혹은 괴로워서 덮어두고 지나가는 일들을 대신 생각해준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그래 이게 내가 느꼈던 감정이야!', '이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거야!'라며 감탄할 때가 있다. 설명할 수 없어서 불편하게 떠돌던 감정을 언어화해서 정착시켜준다. 이런 순간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된다. 

김영하 작가 글쓰기 

  글을 쓰려는 사람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뭉뚱그려서 표현한다. 진짜 감정을 들여다보면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정을 회피하고 억누르고 있으면 마음에서 곪는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흔히 '짜증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사실 짜증 난다는 말속에는 속상하다, 민망하다, 서운하다, 질투 난다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있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는 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할 때 '짜증 난다'는 표현을 금지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소설을 읽다가 누군가 내 감정을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한 부분을 발견하면 카타르시스, 즉 마음의 정화를 경험한다. 그런데 작가가 감정 표현을 게으르게 하면 독자는 카다르시스를 경험할 수 없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꾼' 특집에 출연한 김영하 작가와 대화를 나누던 유재석, 조세호 MC는 이야기할수록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오고 빠져든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술, MBTI,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는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알려줬다.

  그저 편하게 웃으며 수다를 떨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유익한 생각거리를 잔뜩 안고 가는 뿌듯함이 드는 토크였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배운 발상법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상상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글쓰기도, 힘든 하루도 재미있어질 것만 같다. 

 

[김영하 작가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면]

 

[작가들의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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