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은 김영하 작가가 칠 년 동안 쓴 일곱 편의 중단편을 묶어서 낸 소설집이다.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순서로 구성되어있다.
작가의 말에서 김영하 작가는 쓰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 일곱 편 모두 뭔가를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오직 두 사람」, 「슈트」에서는 아버지를,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자식을, 「인생의 원점」에서는 첫사랑을, 「옥수수와 나」에서는 창작의 희열을, 「최은지와 박인수」에서는 오랜 친구를, 「신의 장난」에서는 탈출의 희망을 잃는다.
상실에 관한 일곱 편의 글을 읽으며 '균형'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소설 속 인물들이 상실한 '뭔가'는 결국 인생의 '균형점'이 아니었을까.
인생에서 균형을 잃는 순간들이 온다. 한순간의 점으로 끝나는 때도 있고, 점으로 시작해서 긴 선으로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사건 또는 사람, 혹은 그 둘 모두가 원인이 되어 평화롭던 일상의 균형을 순식간에 뒤흔든다.
<오직 두 사람>의 일곱 편 소설에는 상실로 인생의 균형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를 찾습니다」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던 부부는 아이만 찾으면 모든 불행이 사라지고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백마탄 왕자님이 공주님을 구하고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다.
아이를 잃은 고통이 끝나고 아이를 찾자 아이 없이 지내 온 부모의 시간과, 부모 없이 살아온 아이의 시간이 만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된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그 이후를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문제만 해결되면 퇴행성이라는 미라의 조현병까지도 씻은 듯이 나으리라 생각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잃는다는 비극을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처럼 아이를 찾고 난 후의 비극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의 말 中
인생의 원점
인생의 균형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 사건에 의하여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때마다의 균형점이 달라져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과 후의 균형점이 같을 수 없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고 그 이후는 견뎌내는 일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상황에서 예전의 균형점만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불균형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오직 두 사람>에서 유일하게 인생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은 주인공이 있다. 「인생의 원점」의 서진이다. 떠돌이 인생을 살아온 서진은 늘 인생의 원점을 갖고 싶어 한다. 힘든 순간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곳.
어느 날 서진은 어른이 되어 첫사랑 인아를 다시 만나고 그녀를 인생의 원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폭력적인 남편이 있었다. 인아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남편을 죽일까 고민하던 때 다른 이의 등장으로 살인계획은 무마된다.
'엄청난 유혹을 이겨내고, 위기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켜냈다는 것에 자부심마저 들었다. 인생의 원점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그런 정신적 사치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그게 진짜 중요한 거야.'
서진은 그 순간을 인생의 원점으로 삼기로 한다. 사랑의 감정에 치우쳐 잠시 인생의 균형점을 벗어났지만 서진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고 자신의 삶을 지켜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두 사람>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창작의욕이 끓어오르는 작가, 사랑에 빠진 연인,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는 부모 등 무언가에 간절하게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균형'을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렵다.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미워하고 적당히 슬퍼하는 일이 쉬울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역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인생의 균형점을 늘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균형을 잃은 삶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오직 두 사람> 속 인물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그렇지, 주먹이 날아오면 이렇게 잘도 피하면서 왜 영혼을 노리는 인간들에게는 멍하니 당했냐는 거야." (p199 「최은지와 박인수」 中) 살아가면서 우리의 영혼을 노리는 사람, 사건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길은 자신만의 균형점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
[김영하 작가]
[상실을 겪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