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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 |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

category 영상 2021. 3. 22. 22:19

  톡으로만 인터뷰하는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에 룰 파괴 톡터뷰이가 나타났다. <여행의 이유>, <오직 두 사람>,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많은 작품을 쓴 김영하 작가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 테이블 위에 태블릿 PC를 펼친 김영하 작가는 톡을 쓰면서 동시에 입으로 소리 내어 톡 내용을 읽으며 톡터뷰를 시작했다. 당황해서 웃음이 터진 김이나 작가사와 달리 김영하 작가는 익숙한 듯 태연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소리 내어 말할 때가 많다고 한다. 혼자 있어도 둘이 있는 것 같은 효과가 난다며.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에 김영하 작가는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의 말을 인용했다. "영감을 기다리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프로는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예전에 tvN 예능 <알쓸신잡>에서도 김영하 작가는 비슷한 답을 했었다. 스티븐 킹이 뮤즈를 기다리지 말고 대신 뮤즈가 몇 시에 너의 집에 가면 되는지 알려주라고 했다며, 결국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글을 쓰라는 말이었다. 복권 당첨이 꿈이라면 일단 복권을 사야 하는 것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는 간단한 (하지만 이상하게 간단하지 않은) 진리.

주택의-정원-풍경
톡이나 할까 김영하 작가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김영하 작가는 고3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는데 그게 작가로 만들어준 것 같다고 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괴로운 젊은이들이 있다면 매일 글을 써보길 추천했다. 매일 글을 쓰다보면 자기감정에 대해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걸 자꾸 하다 보면 자기에 대해 명료하게 알게 되는 것 같다며.

  가끔 강연을 가면 자기에 대해 솔직하게 쓰는 게 어렵다는 사람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러면 김영하 작가는 소설처럼 가상의 주인공을 만들어 이야기를 써도 괜찮다고 답해준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에게는 소설, 김이나 작사가에게는 작사가 있는 것처럼 자기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작가의 삶

  그런데 정작 프로 작가가 된 후 김영하 작가는 매일 글을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의자에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은 '작가로 사는 일'에 집중한다고 한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식물을 살피고, 고양이 밥을 주고, 멍 때리고. 이런 시간들이 작가로 사는 시간이라고 한다.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하루 종일 너무 바쁘다. 그래서 작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좀 멍하니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고 김영하 작가는 말했다. 어쩌면 작가는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사는 사람들 대신 천천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해주는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는 책상에 앉아 매일 글을 쓰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작가로 사는 일을 하는 순간순간 머릿속에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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