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이나 할까?'는 김이나 작사가가 셀럽과 마주 앉아 카톡으로 대화하는 카카오TV의 카톡 토크쇼이다. 바로 앞에 사람이 있는데 말을 하지 않고, 카톡으로만 대화를 한다니 신기한 포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최첨단 필담이랄까.
소설가 정세랑
'톡이나 할까?'의 열여섯 번째 톡터뷰이는 정세랑 작가였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된 <보건교사 안은영>과 <시선으로부터>, <피프티 피플> 등을 쓴 소설가이다.
정세랑 작가의 책을 아직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보건교사 안은영>과 <시선으로부터>를 읽고 작품 속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어디서 얻을까 궁금했는데, 멍하니 비어있을 때 최초의 스파크가 터져 이야기의 씨앗이 생긴다고 한다.
정세랑 작가는 "와글와글한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와글와글'이라는 표현이 너무 반가웠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읽고 느꼈던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설 <시선으로부터>는 심시선 할머니를 중심으로 딸, 아들, 사위, 며느리, 손녀, 손자까지 대가족이 총출동해서 이야기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계도를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이나 책의 제일 앞 페이지로 돌아가야 했다. 처음에는 와글와글함에 정신이 없었는데, 익숙해지니 그 매력에 빠져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예산 걱정 없이 수만 명을 움직여도 되고, 백년을 점프해도 되는 자유로움 속에 와글와글한 소설을 쓰고 있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외롭다고 정세랑 작가는 말한다.
게다가 장르소설을 쓰다 보니 가벼운 글을 쓴다고 구박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팬들이 거대한 방패가 되어주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더 좋은 이야기로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다짐한다고 한다.
새가 좋은 이유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를 <톡이나 할까?>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소설 <시선으로부터>에는 새를 좋아하는 '해림'이라는 아이가 나오는데 정세랑 작가도 새를 좋아한다고 한다.
'새 너무 좋아해요'라며 저어새 사진을 김이나 작사가에게 보여주며 신나 하는 모습에서 소설 속 '해림'이가 보였다. 새가 왜 좋으냐는 김이나 작사가의 물음에 정세랑 작가는 다양하게 진화해서 좋다고 답했다.
다양함을 좋아하다는 건 다름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정세랑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채롭고, 저마다 단점과 상처가 있음에도 매력적으로 보이나보다. 차기작에서는 대중음악을 다룰 예정이라는데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어떤 매력적인 인물을 또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