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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교보생명, 교보문고,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7년 마지막 교보인문학석강이 시작됐다. <소설가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아래 우리 시대 작가 3인 장강명, 김연수, 정유정 소설가가 3주 동안 1, 2, 3강의 강연을 맡는다. 첫 번째 강연자인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우리의 소원은 전쟁> 등을 쓴 장강명 작가는 본인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라며 겸손한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특별한 시각 자료도 눈길을 끌 이벤트도 없었지만, 진솔한 입담으로 1시간 반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청중을 끌어들이는 모습이 이야기꾼다웠다. 주제가 <소설가의 자화상>인 만큼 소설가로서의 자신, 그리고 2017년을 살아가는 소설가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동안 많은 인터뷰와 독자와의 만남에서 공통적으로 들어왔던 질문을 정리해온 장강명 작가는 여기에 답을 먼저하고 추가적인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소설가란? 소설이란?

  '소설가는 누구인가?', '소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것이 장강명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종종 소설과 소설가에 신비주의를 씌우는 경향이 있는데 그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호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사고실험'을 해보았다. 예를 들어 소설가가 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면 '만약 알파고가 소설을 쓴다면 알파고는 소설가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사고실험'은 만약을 상상하거나,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봄으로써 판단의 기준이나 근거를 찾는 방법인데, 글쓰기를 위한 생각 근육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 접근 같았다.

 

왜 소설을 쓰나요?

  '쓰고 싶어서 쓴다'는 것이 장강명 작가의 답이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말했다는 장금이의 대답 같아서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 생각에 충분히 공감도 되었다. 소설을 쓰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은 쓰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난 후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이 대신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해서 노래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래서 요즘은 소설가를 꿈꾸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은 만나면 싸인을 할 때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는 문구를 써준다고 한다. 생계 때문에 혹은 주위의 만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작가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분야에 평생을 바친 분들이 은퇴 후 소설가로 변신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흐르고, 다른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도 쓰고 싶은 욕구는 역시 쓰는 것으로 밖에 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고 싶은 일은 결국은 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요?

  점잖은 이 질문을 조금 더 솔직하게 바꿔보면 결국 '얼마 벌어요?'라고 묻는 것임을 안다고 장강명 작가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솔직한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하면 기본적으로 어렵고 힘들다고 그는 말한다. 어느 조사에서 문학인 평균연봉이 214만원이라고 나왔다고 한다. 월급이 아니라 연봉이다. 10090은 어렵고 장강명 작가처럼 많이 버는 스타작가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소설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기에는 밝은 면도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단군 이래 소설가가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시대라는 것이다. 책을 써서 받는 인세 수입 외에 강연이나 기고의 기회가 많고, 콘텐츠 산업이 발달하는 요즘 판권을 팔아 얻는 수입도 크다고 한다. 그리고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이미 억대 연봉을 받는 작가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걸작을 쓰고 싶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다른 소설은 필요하지 않는 궁극의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작가라면 누구나 인생의 작품 하나를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장강명 작가도 이루고 싶은 일은 걸작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작을 쓰려면 모든 장르를 잘 써야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장르소설을 하나씩 써나가며 소설가로서의 근육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아직 책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기획해서 쓴 소설, 쓰고 있는 소설, 앞으로 쓸 소설에 대해서도 살짝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사회의 이상한 시스템 속에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소설을 통해서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 거리를 쉴 새 없이 풀어내는 모습에서 그는 분명 써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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