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가수 이적의 첫 번째 그림책 <어느, >은 갑작스럽게 마주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린 아이의 시선을 다룬 책이다. <여우 모자> 김승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갑작스런 이별을 마주한 아이에게 

  이적은 "어느 날 문득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닥뜨린 아이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는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돌아가시다'라는 말은 어떤 뜻을 품고 있는 걸까요"라고 그림책 <어느, >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했듯이,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앨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적 그림책 '어느 날'

 

할아버지가 왜 인사도 안하고 가셨을까요?

  인사도 없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집안 곳곳 할아버지의 물건, 냄새를 통해 실감해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의 죽음을 마주했던 경험이 생각났다. 그림책 <어느, > 속의 아이만큼 어렸던 그때, 가까운 이의 죽음을 처음 접한 나도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했고 어리둥절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하얀 장례식장 복도,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깜깜한 영안실, 당황함과 혼란스러움이 교차하는 어른들의 창백한 얼굴이 조각조각 그때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죽음의 의미를 모르던 그때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분주함, 한숨, 울음에서 어렴풋이 죽음이 가진 슬픔, 아픔을 보았다.

  그림책 속 아이가 자꾸 자신의 등을 쓰다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도장을 수없이 찍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슬픔을 느끼는 모습이 그래서 공감이 되었다.

  이제는 '돌아가시다'라는 말의 뜻도 알고, 죽음의 의미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갑작스런 이별을 마주하고도 슬픔을 실감하지 못했던 아이와는 달리 이제는 상상만으로도 슬프고 아프고 두려워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나이가 들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소중한 추억이 많아질수록 겁쟁이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아픔은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이별 앞에서 어리둥절하지 않고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이적의 그림책 '어느 날,'이 갑작스런 이별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다.  

  • 글 이적 
  • 그림 김승연 

<이적 어머니 책>

 

<'상실'과 '위로'에 관한 글>


읽고 보고 쓰는 방안의 방
블로그 이미지 v원더v 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