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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3 8회 | 연어는 왜 돌아올까?

category 영상 2018. 11. 12. 07:22

  <알쓸신잡3> 8회에서는 속초, 양양, 고성으로 떠난다. 마침 바다로 떠났던 연어들이 강을 거슬러 돌아오는 10월이라 김영하 작가는 양양 남대천에 위치한 연어들의 집결지를 찾았다. 연어는 회귀성 어류로 강에서 태어난 후 바다로 나가 4~5년을 살다, 다시 자신이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고, 인간이 보기에는 낮지만 연어들에게는 폭포로 느껴질 언덕을 힘차게 몸을 날려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궁금해진다. 연어들은 왜 굳이 힘들게 돌아오는 걸까?

  연어의 회귀에 물음을 던지던 <알쓸신잡> 박사들의 수다는 자연스레 '인간'에게로 이어진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신기하게도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은 고향을 이야기한다. 치매에 걸려 기억을 대부분 잃은 김진애 박사의 시어머님은 고향 진주 이야기에는 미소를 지으신다. 몸이 안 좋아진 유희열 씨의 어머님도 평소에는 이야기 한 번 하지 않으셨던 고향 남원에 가보고 싶다고 하신다. 마치 연어가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듯, 사람도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시작점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이 유전자 속에 있는 걸까.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물음의 답을 발견한다면...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인생의 질문에 대한 답도 처음, 시작점을 찾으면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김상욱 박사는 말한다.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우주의 시작 빅뱅을 연구하고, 최초의 생명체에 집착해 연구를 한다. 시작에 관한 김상욱 박사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거리는 안겨주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도 다른 생명처럼 유전자를 후대로 넘겨주는 운반기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생명을 이어가는 주자라는 것도 인간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요즘처럼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때에는 부족한 이유가 아닐까. 자기만의 삶의 이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생의 미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애초에 정답이 없어서 오답도 없는 문제.

  연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하다보니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 하나 떠올랐다. 안도현 시인이 어른들을 위해 쓴 동화 <연어>. 이 책은 "연어,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은빛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나연어의 죽음을 경험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만나 뛰어넘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시인의 감수성으로 풀어냈다. 연어를 이야기하지만 사람의 인생이 읽혀 뭉클해지는 책이다. 강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 내내 은빛연어는 알을 낳는 일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찾는 특별한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니다. 삶의 의미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충실히 살아온 은빛연어의 삶 자체가 답이었다.  어느 날 눈맑은연어가 묻는다.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그럼, 결국 희망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니?"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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