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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신잡3' 3회에서는 그리스를 떠나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를 여행한다. 인간성이 말살되었던 중세시대를 끝내고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삼아 인간성의 해방, 재발견을 추구한 '르네상스(renaissance)'. 이탈리아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답게 도시 곳곳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메부자 댁 메디치 가문

  피렌체에서 학문과 예술이 부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데 '메디치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유시민 작가는 경주에 최부자 댁이 있다면 피렌체에는 '메부자 댁'이 있었다며 메디치 가문을 예술 좀 아는 만석꾼에 비유했다. 금융업을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도나텔로 등 명망 높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는데도 앞장섰다.

  메디치가의 마지막 상속자 안나 메디치는 한 가지 당부와 함께 가문의 모든 재산과 예술품을 피렌체 시에 기증했다. "그 중 한 점이라도 피렌체에서 옮기지 말 것. 모든 민중의 유익을 위해 쓰일 것." 덕분에 오늘날에도 피렌체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야외-테라스
알쓸신잡 시즌3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시퀀스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은 시간을 초월해 르네상스 시대와 교감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유시민 작가는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을 구경하다가 이 공간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복습 잘하는 모범생답게 그는 <알쓸신잡>시즌2에서 유현준 교수가 알려준 '시퀀스'를 기억해낸다.

  시퀀스(Sequence)란 서로 연관된 작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서사, 즉 흐름이 있는 이야기를 뜻한다. 공간을 이해할 때 건물 외부에서 내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를 생각하는 것이다. 바깥으로 나가 입구부터 다시 들어오면서 유시민 작가는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시퀀스를 생각했다.

  어두운 도서관 입구에서 햇살이 조금씩 들어선 열람실, 빛으로 가득 찬 서고로 들어가는 길이 마치 어둠에서 광명, 무지에서 지성으로 들어섬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1571년 제작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계단은 어두운 곳에서 점점 밝은 곳으로 가는, 무지(어둠)에서 지성(밝음)으로 들어서라는 의미로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고 한다.

  내가 미켈란젤로라면 나의 고민을 알아 준 450년 후의 한 여행객에게 무척 고맙고 감동받았을 것 이다. 다른 시간을 살고 있지만 같은 공간을 통해 교감하는 모습이 마치 타임머신 없이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인노첸티 고아원의 600년 된 타임캡슐

  피렌체에는 600년 된 타임캡슐을 보관하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600년째 운영하고 있는 유럽 최초 어린이 복지시설 '인노첸티 고아원'이다. 고아원에는 아이를 맡기면서 혹시라도 훗날에 아이를 알아보기 위해 맡긴 증표들을 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표식을 해둔 리본, 반쪽만 남은 단추와 목걸이 등 증표들은 수많은 아이와 부모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600년 된 타임캡슐이었다. 언젠가 아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을 때 유일한 실마리가 될 증표의 가치를 알고 오랜 시간 소중하게 보관해온 고아원의 노력에 숙연해졌다.

  고아원을 거쳐 성인이 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아 놓은 공간도 있었는데 한 여성의 인터뷰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녀는 고아원에서 지내다 입양되어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부모가 양육권 소송을 해서 다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이미 가치관도 생활도 너무 달라져 있었고 친부모는 그녀를 방치하고 학대했다.

  그녀는 말한다. "아이를 낳는다고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에요. 가족이란,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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