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번역가가 누구야?
영화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대게 두 가지 경우다. 말맛을 살린 번역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준 경우, 또는 영화의 흐름을 끊는 뜬금없는 번역으로 황당함을 준 경우.
황석희 영화 번역가는 일명 '초월번역'이라고 불리는 첫 번째 경우로 유명하다. 초월 번역은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번역되는 언어 문화권의 특성에 맞게 의역하는 것을 뜻한다. 자칫 잘못하면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는 오역이 될 수도 있어서 번역자의 실력과 센스가 중요하다.
초월번역으로 영화의 재미가 배가된 대표적인 영화로 <데드풀>과 <킬러의 보디가드>를 꼽을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황석희 번역가가 번역에 참여했다. 영화 <데드풀>과 <킬러의 보디가드>는 캐릭터들의 말장난과 욕설이 재미에 중요한 포인트다.
번역과정에서 이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센스 있고 때로는 파격적인 번역으로 영화가 입소문을 탔다. 데드풀 번역가에게 상 줘야 한다는 관객평이 나올 정도였다.
방송 데뷔와 동시에 은퇴?!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로 처음 방송에 출연한 황석희 번역가는 방송 데뷔와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다. 인지도가 높아지는 게 무섭다는 것이 이유였다. 높아지는 인지도가 번역가의 수명을 깎아 먹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한다.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초월 번역으로 인기와 칭찬을 받을 때도 있지만,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에서 비난과 악플 등으로 실망감을 격하게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와 함께 오는 유명세의 무게가 더 무거울 때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번역하다. 영화 번역가 황석희
그의 명함 디자인은 엔딩 크레디트와 닮았다. 까만 명함 위에 '세상을 번역하다. 영화번역가 황석희'라고 마치 영화 자막처럼 문구가 쓰여 있다. 영화 번역가의 정체성이 너무도 잘 드러나는 명함이다.
황석희 번역가가 번역한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까만 화면 위로 '번역 황석희'라는 하얀 글씨의 자막이 표시된다. 번역가가 누군지 모른 채 영화를 재미있게 본 후 엔딩 크레디트에서 황석희 번역가의 이름을 만나면 '역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반갑다.
[톡이나 할까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