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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나의 카톡 토크쇼 '톡이나 할까'의 열아홉 번째 톡터뷰이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였다. '톡이나 할까'는 매번 출연하는 톡터뷰이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촬영 장소를 섭외하는데, 오늘은 마치 이동진 평론가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개인 작업실 '파이아키아'에서 촬영을 했다. 

  '파이아키아'는 고대 그리스의 섬 이름인데,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이가 이타카 섬으로 귀환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파이아키아에 얽힌 이야기들이 작업실과 겹쳐 보여서 신화 속 지명을 작업실 이름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파이아키아에는 그동안 모아 온 책, DVD, 사인 수집품 등 그야말로 이야기가 가득했다. 

파이아키아 성전에 바치는 김이나 작사가의 선물

  질서 있게 정돈된 수집품에 감탄하며 수집하는 마음의 근원은 무엇이냐고 김이나 작사가가 물었다. 이동진 평론가는 아마도 이야기를 맺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영화 속 세계와 인물이 계속 맴돌면서 끝이 맺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만날 때가 있다.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것이 직업인 영화평론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매일 만날 텐데,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에 마침표를 찍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작품과 관련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집가 이동진 평론가를 위해 김이나 작사가가 특별한 선물을 가져왔다. 마이클잭슨 소품 사진집과, 어린 왕자 팝업북이었다. 김이나 작사가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관리를 잘 못해서 파이아키아라면 이 귀한 친구들도 대접받고 지낼 것 같아서 성전에 바치려고 가지고 왔다고 했다.

  김이나 작사가도 멋진 수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서 모으기 시작한 수집이 모으기에 방점이 찍혀서 집착이 되면 멋이 없어진다. 그냥 좋은 것은 나만 보고, 가지겠다는 욕심쟁이가 되는 것이다. 나에게 소중한 물건이 더 빛날 수 있는 곳에서 가치를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성숙한 수집가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왕자의-사막여우-뒷모습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 이동진 평론가편

어른들의 동화 같은 대화

  '톡이나 할까' 이동진 평론가편의 대화는 마치 어른들의 동화 같았다. 누군가가 보면 쓸모없는 물건을 수집하고 실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계산기가 없는 대화여서 좋았다. 김이나 작사가는 어느 칼럼에서 실리와 상관없는 취미가 있는 사람일수록 대화하는 게 두렵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했다. 오늘 두 사람과 그들이 나눈 대화가 그러했다. 두렵지 않고, 뾰족하지 않고, 누구도 아프지 않은 무해한 대화였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마음은 잊지 않은 어린 왕자와 빨간 머리 앤의 대화 같았다. 세상을 겪으며 더 이상 순진하지 않고,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기준도 가진 어른이 되었지만 호기심과 유머는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나만 옳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유연함이 있는 어른들의 대화였다.

[톡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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