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 카톡 토크쇼 <톡이나 할까?>의 스무 번째 톡터뷰이는 문소리 배우였다. 톡터뷰어 김이나 작사가는 문소리 배우에게 "말씀하시는 게 되게 의외였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로 평가받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툭툭툭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소리 배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이나 작사가의 이야기에 비슷한 경험이 생각나서 반가웠다.
예전에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문소리 배우를 본 적이 있는데 김이나 작사가와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아동권리영화제 GV여서 아무래도 아이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소리 배우도 딸 연두를 키우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었다. 그런데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문소리 배우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TMI 토크 덕분에 이곳이 관객 백여 명이 모인 영화관인지, 동네 친구들과 모인 카페인지 헷갈렸다.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의 행사였는데 문소리 배우의 시공간의 경계를 없애는 무장해제 화법 덕분에 따뜻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듬어서 말하고 싶고, 말해놓고 너무 거칠었나 후회도 하지만 그래도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 말하게 된다는 문소리 배우. <톡이나 할까?>의 문자대화에서도 '괜찮을까' 잠시 걱정을 하면서도 '아 몰라'라며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많은 정보) 토크를 쏟아냈다. 게다가 카카오톡 대화창을 활용해 가족들과 찍은 사진과 영상도 대방출했다. 남편 장준환 감독(영화 <지구를 지켜라>, <화이>, <1987>의 감독), 딸 연두와 함께 제주도에 작은 집을 구해서 두 달여 동안 지내면서 쌓은 추억을 풀어놓았다.
대화중에 김이나 작사가가 비유를 하느라 가자미구이를 예로 들었는데 갑자기 '어머! 어제 친구들이랑 가자미 이야기했는데!'라며(진정한 TMI 투머치토커의 자세) 직접 녹음한 백석의 <선우사> 시낭송 파일을 공유했다. 제주도에 가는 문소리 배우에게 한 친구가 시를 읽으면 나쁜 생각을 할 수 없다며, 시를 읽고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네 목소리도 듣고 좋을 것 같다고... 근데 개뿔 밥 세끼 하느라 제주에서는 시 하나 못 읽었다고 한다. 여기서 <톡이나 할까?>팀의 센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재미있는 대화를 더 맛깔나게 살리는 편집과 배경음악이 웃음을 더해주었다.
문소리 배우가 배우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세자매> (이승원 감독,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주연) 개봉에 맞춰서 각본집 겸 코멘터리북도 나온다고 한다. 왠지 거기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듯하다. 문소리 배우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문소리 배우 출연작)
- 아직 끝나지 않았다 (Jusqu'a La Garde, Custody, 2017) | 제4회 아동권리영화제 상영작
- 정세랑 작가 | 톡이나 할까? (김이나 작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