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모니카를 연기한 '한예리' 배우가 톡터뷰이로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를 찾았다. 인터뷰 장소가 마치 영화 <미나리> 속 마을 한 모퉁이에 있을 것만 같은 따뜻한 카페 같았다. 인터뷰가 끝나면 모니카(한예리)가 엄마 순자(윤여정), 남편 제이콥(스티브 연),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김)이 있는 바퀴 달린 집으로 갈 것만 같은. 찻잔이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이 <톡이나 할까>의 방식대로 톡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들뜨는 것에 대한 두려움
영화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하여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수상기록을 세우고 있다. 개봉 후에는 관객들의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바깥의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와 달리 한예리 배우는 목소리만큼이나 차분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결국 지나갈 것이기에 들뜨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래서 땅에 발붙이고 잘 서있고 싶다고.
행복한데 '너무' 행복해서 불안하고 두려울 때가 있다. 머리로는 지금을 즐기자고 하지만 마음에서 멀미가 나서 가만히 웅크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톡터뷰어 김이나 작사가는 그렇지만 차분히 그냥 있는 순간도 결국 지나가니, 어차피 지나갈 거 즐기면 좋겠다고 했다. 맞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지나가는데. 좋은 일은 영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하고, 나쁜 일은 영원할 것 같아서 괴로워한다. 오늘을 살고 지금을 온전히 느끼는 게 참 쉽지가 않다.
영화 <미나리>의 모니카 그리고 엄마
영화 속에서 한예리 배우는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김) 두 아이를 둔 엄마 모니카를 연기했다. 연기를 하며 모니카처럼 젊었던 엄마들을 생각하니 그들도 그 시절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모의 역할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들려준 감상 중에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이야기들이 떠올라서 한예리 배우는 울컥했다.
영화 속 할머니 순자(윤여정), 엄마(한예리), 아빠(스티븐 연)의 사랑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눈물이 함께 했다. 그 사랑덕분에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미나리처럼 아이들은 잘 자랐다. 아이들도 안다. 부모님의 사랑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그래서 영화 <미나리>는 그 시절 고된 삶을 살아온 부모님의 노고를 기억하며 어른이 된 아이(정이삭 감독)가 보내는 감사인사 같기도 하다.
"저는 안아주는 거 너무 좋아요"
한예리 배우는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과 배우들이 서로 꼬옥 안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도 만나면 다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안아주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안아주는 게 왜 좋으냐는 톡터뷰어 김이나 작사가의 물음에 한예리 배우는 "따뜻해서요.^^"라고 답했다. '따뜻해서요'라는 말로도 이미 온기가 전해져 마음이 뭉클해진다. 스물여덟 번째 <톡이나 할까>는 한예리 배우가 김이나 작사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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