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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나의 톡이나 할까 최초로 애니메이션 톡터뷰이가 출연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인스타툰(인스타그램 웹툰)을 연재 중인 키크니 작가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을 하는데, 어머니도 아들이 키크니 작가인지 모르신다고 한다.

첫 출근하는 막내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을 그려주세요.
치킨 집에서 반말하는 진상손님에게 대처하는 모습을 그려주세요.
왕복 네시간 엄마 모신 곳에 지하철 갈아타고 버스 갈아타고 자꾸 찾아가시는 아버지를 엄마는 어찌 보실지 그려주세요.
양쪽 눈이 안 보이는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어떻게 건너고 있을지 그려주세요.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에 독자들이 사연을 보내면 키크니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그림으로 그려준다. 독자들의 사연을 읽고 나라면 어떻게 그림을 그려줄까, 어떤 문장을 쓸까 잠시 고민하다 페이지는 넘기면 키느니 작가의 그림이 짠하고 나온다. 한 컷의 그림을 보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매번 폭소가 터지고, 울컥 눈물이 맺힌다.

  예상하지 못한 그림과 글에 기분 좋은 패배감을 느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이렇게 위로할 수 있지?'라는 감탄 섞인 궁금증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김이나 작사가도 위로의 재능도 타고나는 것인지 키크니 작가에게 물었다. 

  키크니 작가도 본인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지 몰랐단다. 10년간 닥치는 대로 미친 듯이 일을 하다가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운 공황을 경험했는데, 그때 살려면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독자들의 격려를 받으며 오히려 본인이 위로를 받고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 3년 넘게 그림을 연재 중인데 힘들 때도 있지만 꾸준한 건 자신이 있어서 그냥 그리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키크니 작명소'까지 열고 이름지어주기에도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 키크니 작가는 인터뷰에서 '그냥'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의 인스타그램 대문에 있는 문구가 떠올랐다. 

'일단은 해보겠지만 안되면 안 해보겠습니닷'

  아님 말고 정신이 보이는 문장이다. 그런데 그 말이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는다. 3년 동안 그림을 연재하며 독자들의 사연에 진심으로 고민해온 흔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임의 무게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감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다짐 인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짐을 들고 똑같은 자세로 쉬지 않고 가는 건 정말 힘들다. 중간중간 짐을 내려놓고 쉬기도 하고, 요리조리 짐을 든 자세도 바꿔야 한다. 키크니 작가의 그림이 사랑받는 건 독자들이 하루 동안 들고 있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울고 웃을 수 있는 무장해제의 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쁜 마음의 사연에서, 뭉클한 그림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키크니 작가의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김이나의 톡이나할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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