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3 세 번째 출연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였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오은영 박사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에 출연해 0세부터 100세까지, 아이부터 부모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있다. 부모들에게는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육아 멘토,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도 몰라주는 마음을 알아주는 선생님이다.
네 말이 맞다, 아이를 인정하는 말의 힘
8개월 만에 이른둥이로 태어나 두 돌까지 밤 9시만 되면 아침까지 우는 아이, 편식쟁이에 너무 작아 별명은 땅꼬마였던 키우기 어려운 아이가 오은영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잘 울고, 잘 안 자고, 잘 안 먹는 아이를 오은영 선생님의 부모님께서는 혼내거나 윽박지르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아이의 말이어도 옳다면 '그건 네 말이 맞다'라고 인정해주셨다고 한다.
방송 내내 오은영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과 생각을 일단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어른들은 아이의 정당성은 인정하지 않고, 어른의 입장만 정당화하려고 훈계하고 화를 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받는 경험은 아이들의 인생에 중요하다. 어릴 때 부모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어른이 되었을 때 유사한 자극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반응에 익숙한 아이는 다른 사람들의 자극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데 익숙해져버린다.
어른에게도 오은영 선생님이 필요해요
어떤 고민에도 명쾌한 답을 줄 것 같은 오은영 선생님께 유희열, 김중혁, 신지혜, 이승국 <대화의 희열3>의 MC들도 한 가지씩 질문을 했다. 사춘기 자녀와 매일 작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아빠의 고민, 생각이 많아서 잠 못 이루는 불면증 고민, 칭찬이든 비난이든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려 감정에서 빨리 빠져나오려는 게 괜찮은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중 신지혜 기자의 벼락치기, 미루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고민에 대한 오은영 선생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미루는 사람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굉장히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귀찮아서, 하기 싫어서 미루는 진짜 게으른 사람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완벽주의 성향으로 기준이 높다 보니 완벽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면 일의 시작을 미룬다. 그래서 데드라인에 닥쳐서야 죽지 않으려고 필사의 힘을 꺼내어 일을 완성한다고 한다.
오은영 선생님은 이런 사람들은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고, 실제로도 잘 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대신 완벽의 기준을 좀 낮추고, 데드라인이 아닌 라이프 라인을 세우는 연습을 하면 미루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화의 희열3> 오은영 선생님 편을 보면서 부모 자식 사이의 문제든, 각자 개인의 문제든 해결의 시작은 '인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혹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일단 인정하고 그다음에 문제점을 이야기하거나, 방법을 제시해야 다투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
갈등을 겪고 있던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오은영 선생님을 만나고 변화한다. 아마도 그 변화의 시작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마음을 선생님이 알아주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굉장히 잘하고 싶어서 미루고 있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