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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싱 스트리트'는 '원스', '비긴 어게인'을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다. 그리고 주인공 코너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학을 간 학교 교문 앞에서 주인공 코너는 모델이 꿈인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라피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밴드를 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다. 밴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데 출연해주겠냐는 거짓 제안에 라피나는 승낙한다.

  라피나와 계속 만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야 했다. 코너의 싱 스트리트 밴드는 이렇게 탄생한다. 영화 속에서 코너의 싱 스트리트 밴드도, 라피나의 모델 꿈을 이루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하지만 영화는 꿈을 이뤄가는 길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고 음악영화답게 엔딩에서 음악으로 정리해 준다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가니까. 지금 알아내지 못하면 절대 모를 테니까앉아서 얘기만 하고 있지 마. 시간만 가고 있잖아. 당당히 맞서 뒤돌아보지 마."  - OST <Go now> (Marron5 Adam Levine)

  영화 속에는 코너에게 중요한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코너가 좋아하는 라피나와 친형 브렌든이다. 두 사람은 코너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자극을 주는 존재들이다. 라피나는 코너가 취미로만 좋아하던 음악을 직접 만들고 밴드 공연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인어 역할을 맡아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코너는 라피나에게 바다에 뛰어드는 시늉만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라피나는 진짜 바다로 뛰어든다. 수영도 못하면서 위험하게 왜 그랬냐고 묻는 코너에게 라피나는 말한다. "적당히 해서는 안 돼. 알아들었어?" 여자에게 환심을 사려고 오합지졸로 만든 밴드에 코너가 진심으로 진지해지는 계기가 된 장면이었다.

  코너는 유명한 가수들을 따라하는 커버밴드 흉내를 내다가 친형 브렌든에게 그건 진짜가 아니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 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싱 스트리트만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브렌든은 코너가 음악 또는 여자친구 문제로 헤맬 때마다 촌철살인 같은 충고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준다. 좋은 상담가는 사실 한편으로는 가장 많은 고민을 해본 사람일지도 모른다.

  브렌든이 그랬다. 늘 여유 있고 담담하게 동생 코너를 위로하고 격려했지만 사실 코너는 알지 못하는 상처가 많은 형이었다. 독일에 가려다 엄마에게 들켜 실패한 후 대학을 자퇴하고 집에만 머무르고 있었고, 코너 보다 먼저 태어나서 혼자 겪은 6년은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로 인해 철저히 외로운 시간이었다. 첫째여서 늘 자신은 투쟁해서 쟁취해야만했던 삶을 동생 코너는 자신 덕분에 쉽게 얻는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화가 나서 동생이 미운적도 있었다.

  형의 속마음을 처음 들은 코너는 당혹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응원해준 고마운 형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진지하게 밴드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모델이 꿈인 라피나와 함께 영국으로 떠나기로 한다. 라피나는 뮤직비디오 출연이라는 단출한 포트폴리오를, 코너는 싱 스트리트 자작곡을 들고 작은 보트를 타고 무작정 영국으로 향한다.

  바다에서 큰 배를 만나고 파도를 만나고 그렇게 위험을 이기고 영국에 도착해도 모델과 밴드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젊은 청춘들은 일단 시작하고 움직인다.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가니까." 라피나와 코너를 부두까지 태워준 형 브렌든은 그 둘의 뒷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는다. 꿈을 향해 익숙한 곳을 벗어나 거침없이 나아가는 동생에 대한 부러움인 듯싶었다가, "Yes! Yes!"라고 외치는 표정에서는 나도 이제 용기를 내어 움직여 보겠다는 결심이 보였다. 그 표정에서 희망이 보여서 반가웠다.

  또래 남자아이와 말도 섞지 않았던 도도한 라피나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을 줄, 밴드를 만들어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할 줄, 데뷔를 위해 영국으로 떠날 줄 코너는 알지 못했다. 그저 순간순간 주저하지 않고 한 번 시도해본 것들이 만든 결과였다. 코너의 엄마는 스페인 여행을 꿈꾸지만 늘 여행 잡지만 보며 현관 앞에 머물러 있었다. 형 브렌든도 독일에 가지 못한 후 방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코너를 괴롭히던 친구는 가정폭력을 학교에서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것으로 풀었다. 이들은 모두 현재에서 벗어나고 싶고 무언가를 꿈꾸지만 늘 제자리에 머물러있었다.

  하지만 코너는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비웃는 친구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넌 박살낼 줄만 알지. 뭘 만들어낼 줄은 모르잖아." 영화 <싱 스트리트>는 마음먹었다면 그저 한 번 시도해 보라고 말한다. 그 한 번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에 머물러 있는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 갈 테니까

  • 감독: 존 카니 (원스, 비긴어게인)
  • 출연: 페리다 월시-필로(코너), 루시 보인턴(라피나), 잭 레이너(브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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