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한끼줍쇼>라는 TV프로그램에서 길에서 만난 귀여운 9살 아이에게 MC가 물었다.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 거예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자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이효리가 말한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ebs <배워서 남줄랩>에 출연한 김보통 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다들 적당히 살다가 아무거나 됐으면 좋겠다고. 한창 자라나는 새싹인 9살 어린이에게, 의욕 충만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시청자들에게 '적당히 아무거나 돼라'는 낯선 덕담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데 웃음 끝에 묘하게 힘이 난다.
아무나 되라는 말은 부담감을 내려놓게 한다. 사회와 타인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 상상하게 한다. 진짜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어떤 모습인지 자유롭게 그리다보면 의욕이 솟는다. 아무거나 되라는 말이 자포자기하고 살라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네가 되고 싶은 네가 되어도 괜찮다는 격려의 말로 들린다. 너의 자유를 인정하고 책임을 신뢰한다는 응원의 말이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보통 작가는 대기업에 입사해 일하던 중 아버지의 암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의 곁을 지킬 수 없는 상황과 상사의 폭언은 삶을 산산조각 내었고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왔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그에게 사람들은 '너는 망할 거고, 불행해질 것이다'라며 저주처럼 들리는 걱정의 말을 했다.
퇴사 후 우연히 만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아 1년 동안 연재를 했다. 처음에는 말풍선도 못 그려 넣어 근본 없는 그림을 그린다, 만화가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그림을 그리다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도 받는 만화가가 되었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살아 눈부시게!>라는 책을 쓰고, <아만자>, <내 멋대로 고민상담> 웹툰을 그리며 아직 불행하지 않게 살고 있다.
김보통 작가는 자신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가가 되는 것도 보통의 삶, 학교가 안 맞으면 그만두는 것도 보통인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모두가 공부를 잘하고, 같은 대학, 같은 직장을 꿈꾸는 사회에 공포를 느낀다는 그는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사회를 소망한다. 그래서 백분위 50%의 보통 학생에게 주는 '보통 장학금'을 주는 장학재단을 만드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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