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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3 9회 10회 | 사람 냄새나는 부산

category 영상 2018. 12. 4. 23:45

  <알쓸신잡>이 부산에 갔다. 9회에서는 원도심 서부산을, 10회에서 동부산을 여행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은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공장들, 새롭게 생긴 작은 서점과 카페들, 오밀조밀 조용했던 동네가 몇 년 사이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봐야 하는 빌딩숲으로 변하기도한다.

  반면에 변하지 않지만 늘 신기한 모습들도 있다. 차가 뒤집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언덕길, 한 번 잘못 들어서면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빠져 버리는 복잡한 도로는 부산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사람 냄새나는 부산

  부산에 가면 해운대, 국제시장, 깡통시장, 감천마을, 비빔당면, 물떡, 유부전골, 돼지국밥 등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는 재미에 바빴었는데, 이번 <알쓸신잡> 부산편을 통해 부산 '사람'들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새로웠다.

  특히 유시민 작가가 소개한 외과의사 장기려 박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한국의 슈바이처, 바보의사로 불렸던 장기려 박사는 평양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6.25전쟁 중 둘째 아들만 데리고 월남을 했다. 부산 영도에 병원을 세운 후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인술을 펼치다 1995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병원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하고, 병원비가 없는 환자들이 밤에 도망갈 수 있도록 병원 뒷문을 열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에게는 생닭 2마리 값의 돈을 내어주라는 처방전을 써주었다고 한다. 또 건강보험 제도 도입 전에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해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자기 눈앞에 나타난 불쌍히 여길 것을 불쌍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 인술 하는 사람이에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거예요

다만 하는 가 안하는 가 그것의 차이지."

- 장기려 박사

 

  장기려 박사의 선행을 인정해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에 있는 부인, 자식들과 만날 특별상봉의 기회를 주었음에도, 특별대우로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는 일화는 그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하기에는 쉽지 않을 일을 장기려 박사는 의사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평생 실천해왔다.

  그래서 유시민 작가는 사람들이 흉내만 내어도 좋을 분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김진애 박사도 이렇게 잔잔하지만 꾸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감천문화마을-풍경
부산 감천문화마을

  김영하 작가는 부산을 원기옥이 모아져있는 도시 같다고 표현했다. 정말 부산에 가면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왠지 강력한 생명력 같은 것이 느껴져서 덩달아 으쌰으쌰 힘을 내게 된다. 어쩌면 부산의 역사 속에 전해지는 사람들의 기운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전쟁통에 모여든 피란민과 원주민이 어우러져 당장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때의 집중력과 생명력이 부산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장기려 박사처럼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온 이들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의 사람냄새 나는 부산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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