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배우가 정이삭 감독 영화 미나리 개봉과 함께 문명특급을 찾았다. 영화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해서 세계의 영화상을 휩쓸고 있다.
문명특급 인터뷰 후 윤여정 유쾌하고 애틋한 할머니 순자 역할로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70대에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정받고,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말도 생기는 요즘이지만 세상이 항상 윤여정 배우를 환대했던 것은 아니다.
인생은 버티는 거야
"쟤는 목소리 때문에 안 된다. 쟤가 배우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 비선호도 1위로 뽑히고, 방송국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시청자도 있었다고 한다. 뉴스룸 인터뷰에서 그때 일을 회상하며 윤여정 배우는 유쾌하게 답한다.
"그분들이 다 근데 고인이 되셨어요."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답게 자신의 일을 하다 보면 그걸 알아주는 시간이 분명 오는 것 같다. 여러 시간을 거쳐 온 70대 어른의 "인생은 버티는 거야. 오래 살면 이겨"라는 말은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위로로 전해진다.
도전하는 어른 윤여정
윤여정 배우는 새로운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문명특급'을 칭찬했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는 그대들이 훌륭하고,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윤여정 배우도 빠지지 않는다. 영화 <미나리>에 참여하는 것도 도전이었다.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까지 가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에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의 편안한 환경에 안주하면 지금 나이에 대한민국 어떤 감독도 자신을 데리고 연출을 하지 않고 선생님 좋으실 대로 연기하라고 할 테고, 그런 환경에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진 괴물이 될 것이라며 미국으로 향했다. 환경을 바꿔서 nobody로 취급받는 곳에서 경력, 나이를 떠나 연기로 인정받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작품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 어른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비슷한 것 같다. 청년들은 어르신들을 보며 미래를 생각한다.
어르신들의 삶이 불행하면 젊은이들은 나이 드는 것이 걱정스럽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삶은 반갑고 감사하다.
불편하고 힘이 들어도 움직여서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보고 그곳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어쩌면 진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일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멈춰서 언제 닥쳐올지 모를 위험을 걱정하며 사는 것보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버티고 지나갈 수 있는 나만의 배짱을 키우는 것이 더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문명특급과 윤여정의 진심
문명특급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윤여정 배우는 "좋았어요. 재밌게 잘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동안 인터뷰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문명특급' MC 재재를 비롯해서 제작팀이 인터뷰를 위해 영화도 보고 공부하느라 애쓴 게 느껴졌다며 다음에 또 만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명특급' 인터뷰의 매력은 MC 재재와 출연자 그리고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카메라 뒤의 제작진까지 모두가 교감하며 '대화'한다는 점 같다.
공식적인 인터뷰에서는 아무래도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말을 조심하게 되는데, 문명특급에 온 출연자들은 어느새 물어보지도 않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 있다. 윤여정 배우도 홍자언니, 숙영언니와의 식사 에피소드, MBTI가 같다는 걸 알게 된 김연아 선수와 CF를 찍었던 일까지 유쾌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놓았다.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인터뷰를 위해 최선의 사전 준비를 하는 '문명특급'팀의 진심 덕분인 것 같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면 내 이야기를 곡해하거나, 자극적으로 편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출연자도, 진행자도, 시청자도 불편하지 않고, 가십거리가 아닌 핵심에 집중하는 '문명특급'의 인터뷰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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