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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저너리(visionary)는 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을 뜻한다. tvN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비저너리>에서는 이렇게 자신만의 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사람들 10명을 선정해 인물별로 짧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공감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김은희 드라마 작가도 그중 한 명으로 뽑혔다.

  국내에서 장르물의 대가로 불리는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눈도장을 찍었다. 조선에 나타난 좀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킹덤> 시즌1은 로튼 토마토지수 93%, 시즌2100%를 받았다. '로튼 토마토'는 미국 내 평론가들로 구성된 온라인 비평매체로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지수로 평가한다.

"이런 건 본적이 없어요."

  킹덤을 본 국내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극과, 외국 사람들에게 좀비는 익숙하다. 하지만 반대는 다르다. 귀신이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좀비는 낯설고, 외국 사람들에게 한복을 입은 동양의 사극은 생소하다. 대중의 큰사랑을 받는 창작물은 한 보 앞서간 것이 아니라 반 보 앞서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창작물은 너무 낯설어서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대중의 호기심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킹덤>은 '조선 사극'과 '좀비'의 조합으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기를 모두 충족시켰다.

나무-그림자-사진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김은희 작가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는 김은희 작가에게도 초보 작가 시절이 있었다. 드마라 데뷔작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쓸 때는 7, 8부까지 대본을 쓰면서 칭찬 한 번 못 받고, 재미없다는 혹평만 들어서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 <킹덤>까지 자신만의 작품을 쌓아서 '김은희표 드라마'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김은희 작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장항준 감독은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며 김은희 작가의 성실한 노력에 감탄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왜 세상이 이러냐' 남들에게 토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해 온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대본을 쓰고 싶어요." (김은희 작가 인터뷰 )

  김은희 작가가 쓰는 작품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이런 작가의 생각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디스토피아적인 상황 속에서도 정의,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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