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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엄마(문소리)와 혜원(김태리)은 토마토를 베어 먹는다. 그러다 엄마는 먹던 토마토를 밭으로 툭 던진다.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에 토마토가 열리더라. 신기해."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모든 토마토가 다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지에서 햇볕을 듬뿍 받고 완숙이 된 상태에서 딴 토마토여야 한다.

  엄마는 뜨거운 여름날 무심히 토마토를 던지듯, 차가운 겨울날 혜원을 두고 훌쩍 떠나버렸다. 엄마는 믿었을 거다. 혼자가 된 혜원이 스스로 자기 인생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왜냐하면 혜원은 19년 동안 엄마의 사랑이라는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완숙 토마토니까.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도 엄마는 도시로 돌아가지 않고 혜원을 시골집에서 키웠다. 언젠가 혜원이 힘들 때 이곳의 흙냄새, 바람, 햇볕의 기억이 힘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시험에 떨어지고, 남자친구와 서먹해지고, 인스턴트 음식에 질려버린 혜원은 엄마의 믿음처럼 시골집으로 돌아와 도시에서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TV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서 자식에게 사랑을 표현해주지 않는 부모에게 이영자씨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이들은 무조건 사랑해줘야 한다. 사랑만이 힘든 세상에 나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이다.

  세상과 싸우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이길 수 있는 사랑이라는 힘을 엄마는 혜원이 모르는 사이에 가득 주었다.

  시골집으로 돌아와 제일 불편한건 요리할 때 마다 떠오르는 엄마라고 혜원은 투덜댄다. 하지만 점점 깨닫는다. 엄마가 자꾸 생각나는 건 요리마다 엄마와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왕따 당해서 속상한 마음을 엄마가 몰라준다고 섭섭해 했을 때 해준 '크렘 브륄레', 가쓰오부시를 나무라고 속이며 만들어준 '오코노미야키'.

  아마 요리를 하며 혜원(김태리)은 생각했을 거다. '나 엄마에게 엄청 사랑받았구나.' 시골집에서 엄마(문소리)의 사랑을 새삼스레 발견하며 하얀 겨울, 노란 봄, 초록 여름, 알록달록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보내고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할 용기를 가득 충전한다

  • 감독 : 임순례 (리틀 포레스트(2018) , 글로리데이(2015) , 제보자(2014),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
  • 출연 : 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진기주(은숙), 문소리(혜원 엄마)

<맛있는 음식이 위로가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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