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남녀> 2부에서는 고향을 떠나 세계로 뻗어나간 카레의 모험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카레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다른 문물을 받아들여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일본의 특성이 카레에도 반영된다.
카레빵, 카레우동, 오므라이스 카레 등등 카레의 변주는 경계도 한계도 없다. 일본 47개 도도부현마다 지역의 특색을 담은 카레가 있을 정도다. 훗카이도의 유빙을 보고 감동 받아 만든 파란색 '유빙 카레', 돗토리현의 '핑크 카레'는 이것이 카레인지 물감인지 그 맛이 너무 궁금해진다.
일본만큼이나 카레와 밀접한 나라는 바로 '영국'이다. '피시 앤 칩스'를 대체하는 음식으로 '치킨 티카 마살라'가 떠오를 정도로 영국의 커리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인도의 커리가 영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배경에는 과거 제국주의,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가 있다. 그래서 영국의 음식 역사 연구가 리지 콜링햄은 영국인들이 커리를 즐기려면 커리의 어두운 이면을 알고, 커리가 이민자들의 음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세기, 19세기 제국주의 정책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던 영국인들은 인도의 향신료와 커리 레시피를 영국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향신료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 원래의 맛을 낼 수 없었다. 19세기 이후 인도 방글라데시 등 수많은 남아시아인들이 영국으로 이주했고, 숙련된 향신료 전문가들의 손에서 커리는 영국에 뿌리내렸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이민법 정비로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커리 식당이 남아시아 출신 요리사 인력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카레의 모험을 뒤따르다 보니 카레 한 그릇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이의 삶을 알고 나면 예전에 알던 그와 달리 보인다. 카레의 오랜 여정을 알고 나니 오늘 우리 집 식탁에 놓이기까지 카레가 참 많은 사랑과 고난을 겪고 왔구나 싶다. 그리고 커리라는 하나의 요리를 통해 세계 역사, 외교, 지리, 경제를 살펴보며, 다른 요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새로운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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