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어릴 적 엄마는 보온 도시락에 따뜻한 카레를 싸주셨다. 친구도 카레를 싸온 날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열고 서로 문화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우리 집 카레는 국물이 넉넉해서 밥을 말아먹는 스타일이라면, 친구네 카레는 걸쭉해서 비벼 먹는 쪽이었다. 우리 집 카레가 된장국이라면 친구네 카레는 강된장이랄까. 각자의 집에서 평생(?) 먹어온 엄마표 카레만 카레인 줄 알았는데, 자라면서 보니 집집마다 식당마다 카레 속에 들어가는 재료도 묽기도 맛도 향도 달랐다. 그래도 카레는 노란색이라는 공통점은 있었는데, 그마저도 흔들어버리는 그린커리까지 만나고 나니 '도대체 카레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한 그릇의 카레가 천의 얼굴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궁금증이 나만의 호기심은 아니었나보다. 서울에 사는 인도 음식 작가 홍지은 씨와 됴쿄에 사는 카레 탐구가 미즈노 진스케 씨는 카레의 무한한 세계를 탐구하고 세상에 전하고 있다. 인도에서 일했던 홍지은 씨는 인도 음식을 통해 인도를 알아가는 데 관심 많은 한국 여자. 일본 남자 미즈노 진스케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그가 태어난 곳에 카레집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집이나 다른 식당과는 전혀 다른 자극적인 그 식당의 카레를 좋아하게 되면서 카레에 푹 빠져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카레'라고 부르는 '커리(curry)'의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남인도 타밀어로 소스라는 뜻인 '카리(kari)'가 영어화되면서 지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인도만큼이나 카레를 많이 먹는 일본에는 19세기 중반 영국 해군이 일본에 상륙하면서 해군 카레가 전해졌다고 한다. 쌀을 즐겨먹는 일본인 식성에 맞게 '카레 라이스'가 개발되었고, 이 카레 라이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오늘날 우리가 먹는 카레가 되었다.

  인도의 카레 요리 전문가는 세상에 하나의 커리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도에서 당신이 '카레 주세요'라고 하면 '어떤 카레요?'라고 물을 것이라고. 사용하는 재료, 향신료에 따라 카레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지은 씨는 향신료로 요리하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탐험하는 모험가가 된 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방송에서 소개된 인도의 향신료 시장에는 맛과 향을 상상할 수도 없는 다양한 향신료들이 가득했다. 미즈노 진스케 씨도 향신료의 덧셈과 뺄셈의 조화가 카레를 만든다고 이야기 한다.

  카레의 매력에 빠져 학교까지 세운 미즈노 진스케 씨의 카레학교 캐치 프라이즈는 '호기심을 멈추지 말라'라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카레란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답을 찾는 과정에서 세상의 틀을 깨고 상상력을 펼쳐 자신만의 카레를 만든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카레'라는 답은 그린커리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카레에 대한 생각의 틀을 한 번 더 깨주었다. 당신에게 카레란 무엇인가요? 


읽고 보고 쓰는 방안의 방
블로그 이미지 v원더v 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