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괜찮아'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을 쓴 결혼 45년차 여성학자 박혜란 작가의 결혼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결혼 생활에 대한 핑크빛 환상을 그리는 사람, 걱정과 두려움에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 이미 결혼이라는 현실에 발을 딛고 치열하게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결혼생활 경험담, 목격담은 결혼에 대한 환상, 무거운 걱정을 내려놓게 만든다.
결혼해도 괜찮아?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표지에 있는 책 제목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혹시 '결혼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결혼 '안' 해도 괜찮아'가 아닌가? '혼자 살아도 괜찮아'가 더 어울리는 책 제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사실은 박혜란 작가도 글을 쓰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끄집어내다 보니 처음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의도와는 자꾸 어긋남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내 경험이 중심이 되다 보니 결혼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면만 자꾸 들춰내게 되는 거다. (p103)'
원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고 빛나 보여서일까. 45년의 결혼 생활과 혼자서도 멋지게 사는 싱글 친구들의 생활을 비교하다보니 결혼을 꼭 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작가는 말한다. 결혼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혜란 작가는 가상으로 작성해본 주례사에서 예비부부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결혼이 두 분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두 분이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 가십시오. (p197)
인생이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은 대게 재미있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배우자의 재미없음을 탓하고 아쉬워한다. 나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재미도 행복과 같아서 바깥에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 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미있게 살고 싶으면 남이 언제 나를 재미있게 해주나 기다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앞장서서 나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p99)
결혼 전 가치관 이야기는 꼭!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결혼으로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분명 연애와는 다른 생활이 펼쳐질 것이다. '연애를 아무리 오래 하면 뭐하나. 살아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p39)' 콩깍지가 씐 연애기간에는 몰랐던 상대의 모습이 결혼생활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실망하고 갈등이 스물스물 생긴다.
그래서 박혜란 작가는 콩깍지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더라고 결혼 전에 꼭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는 해보기를 권한다. 다른 차이는 극복을 해도 가치관의 차이는 결혼생활 유지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은 길을 걷지는 않더라도 같은 방향은 바라보고 있어야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훨씬 심각한 차이가 있다. 가치관의 차이가 그것이다. 성공과 행복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다르면 부부 관계는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최소한 결혼 전에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해서 끝장 토론을 해 볼 필요가 있다. (p122)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과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전히 '다시 태어나는 데 왜 결혼을 해?'라는 답이 튀어나올 것만은 변함없을 것 같다... 결혼해서 살아 보기도 하고, 결혼 안 하고 살아도 봐야 세 번째 생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니 아무래도 책 제목은 역시 '결혼 '안' 해도 괜찮아'가 더 어울릴지도.
- 결혼해도 괜찮아 (진흙탕을 놀이터로 만드는 박혜란의 특급 결혼 이야기)
- 박혜란 / 나무를 심는 사람들
<박혜란 작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