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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엄마 박혜란 작가의 이야기책이다. 흔히 쓰는 서울대에 '보냈다'는 표현은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집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제 발로 들어갔다는 표현이 어쩌면 더 맞을 것 같다.

  세 아들 중 첫째는 건축학과 교수, 둘째는 가수 이적, 셋째는 MBC 방송국 PD(이동윤)가 되어서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다.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는 비법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아이로 키우는 비법을 알고 싶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할머니 댁 마루에서 삼촌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다.

아이들 스스로 서울대에 갈 수 있었던 이유

  어머니가 아이들을 모두 서울대에 갈 수 있게 키운 방법에 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세 아들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어머니가 언제 우리를 키우셨어요?" 어머니의 아들로 사는 것은 거친 황야를 홀로 걷는 것 같았다는 아들의 담담한 고백에 박혜란 작가는 한참을 깔깔 웃다가 웃음 끝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고 한다.

  보통 엄마와는 조금 다른 엄마를 만나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을 했을 아들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정리 정돈 되지 않은 집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합리화로 귀찮은 청소대신 아이들과 어지러운 집을 휘저으면 총싸움을 하는 엄마. 고3인 셋째를 대학생 형들에게 맡겨두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엄마. (셋째는 챙김을 받기는커녕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형들의 아침상을 차리고, 고3 동안 스스로 도시락을 싸다녔다고 한다.)

  무던한 성격으로 대충대충 아이들을 키운 것 같지만, 학교에서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촌지나 과외는 안하는 자신만의 원칙은 지켰던 엄마. 비교하지 않고 아이마다의 속도와 방향을 인정해주는 엄마.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은 엄마 덕분에 아이들도 뭐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정서적 안정감을 갖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늘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웬일인지 상당히 생각이 깊은 것 같은 어른들도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지혜로운 엄마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 마음의 구김살은 아이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만든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아이들을 판단하고 던진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엄마 박혜란은 어른들의 잘못된 말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지혜로운 엄마였다.

  사촌과 비교하는 말을 하는 할머니에게 그런 말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다른 친구들 보다 수영을 못해서 친구 엄마들의 놀림어린 말을 들으면서도 수영 수업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영 자체를 즐거워하는 둘째에게 대견하고 멋지다고 말해준다.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집을 치우지 않고, 아이들 학교에도 찾아가지 않고 사교육에도 관심이 없어 엉터리 엄마라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충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엄마는 세 아이를 자기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키워냈다. 주변의 말과 속도에 흔들리기 보다는 내 아이가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교감하고 믿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임을 엄마 박혜란은 보여준다.  

<아이를 위한 어른들의 따뜻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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