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감독: 오사 블랑크
<인생은 백 살부터>는 101세의 스웨덴 최고령 블로거 다그뉘 카를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2016년 EBS 국제다큐영화제 EIDF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IDF 포커스: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수상했다. 다그뉘는 100세에 블로그를 시작했고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매일 밤 글을 쓰고 스웨덴 TV쇼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각 종 영화, 토론회 등 행사에도 초대받아 101세에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다그뉘가 처음부터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젊을 때는 수줍고 내성적이고 저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죠."
"그동안 너무 내성적이었어요. 너무 겁을 냈고요. 저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생각했었죠."
그녀는 영화에서 여러 번 말한다. 자신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어린 시절 부모님은 그녀에게 무관심했다. 동생을 질투하는 두 살 다그뉘를 옷장에 가두기도 했다. 부모의 무관심과 학대가 그녀의 성격형성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준 듯했다. "전 평생 어른으로 살았어요."라고 고백하며 100세가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상처를 기억하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아이의 평생에 걸쳐 기억되고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사랑을 받지도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만난 첫 번째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였고 엄마처럼 다그뉘를 옷장에 가두었다.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도망쳐 37세에 그녀는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1등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두 번째 남편을 만나 90세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사랑하던 남편이 죽고 자신도 곧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모두 끝난 것 같을 때 그녀는 컴퓨터를 샀다. 그리고 100세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제 살 날이 몇 년뿐인데 즐기고 살아야죠. 너무 늦기 전에요.
인생에서 한 번은 자신을 찾아야 하잖아요."
지금 그녀는 자신보다 젊은 노인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 시절 이루지 못했던 교사라는 꿈을 100세에 이룬 셈이다. 사람들에게 도전할 용기를 주기 위해 그녀는 컴퓨터도 가르치고,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쓴다. 영화 엔딩에서 그녀는 102세 생일을 맞이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컴퓨터 수업을 하러 간다. 영화를 보면서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죽기 전까지, 살아있는 동안에는 무슨 일이든 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현실에 체념하기 보다는 나다운 모습으로 인생을 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삶으로 보여준 다그뉘 할머니의 응원에 감사하다.
"할머니처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난 너무 늙어서 그런 일은 못 할 거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이라도 내가 원하면 하면 되는 거죠.
저는 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