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릴 무렵 생각나는 '벚꽃 엔딩' 그리고 <다시, 벚꽃>
봄을 알리는 몇 가지가 있다. 거리에 핀 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벚꽃. 그리고 음악차트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는 노래 '벚꽃 엔딩'. 2012년 3월에 세상에 나온 '벚꽃 엔딩'은 이제 봄 캐럴이라 불리며 매년 봄을 알리는 음악이 되었다. <다시, 벚꽃>이라는 영화 덕분에 '벚꽃 엔딩'을 한 번 더 듣게 될 것 같다.
영화 <다시, 벚꽃>은 '벚꽃 엔딩'의 주인공 장범준이 20대의 마지막 앨범이 될 2집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연출은 <풀빵 엄마>, <너는 내 운명>, <해나의 기적> 등 국내 최고의 휴먼다큐멘터리 감독인 유해진 감독이 맡았다. 영화는 대중 매체에 잘 나오지 않는 장범준이 어떻게 음악작업과 공연을 하고 일상을 보내는지 보여준다. 뮤지션 장범준, 아들 장범준, 형 장범준, 아빠 장범준 그리고 20대 청년인 장범준의 생활과 생각을 고스란히 담았다.

음악 다큐멘터리는 역시 사운드
처음 영화 <다시, 벚꽃>의 예고편을 봤을 때는 'TV 다큐멘터리로 충분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범준이 발표했던 노래와 미발매곡들도 나오는 음악 다큐멘터리라는 말에 영화관의 사운드로 듣고 싶다는 기대감에 극장으로 향했다. 이어폰이나 TV로 듣는 음악과 극장에서 듣는 음악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실감했기 때문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김동률의 노래 '기억의 습작'이 나올 때 귀로 듣는 소리뿐만 아니라 극장을 울리는 피아노 반주의 진동까지 전해져서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이젠...'으로 시작하는 김동률의 목소리 뒤에 나오는 피아노 반주 소리에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은 울림이 느껴졌다. 그 후 TV로 영화를 다시 봤지만 영화관에서 느꼈던 음악의 울림과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듣는 장범준의 음악은 이어폰으로 듣던 부드러운 느낌과는 또 다른 콘서트에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살아있는 느낌이라 좋았다. 유해진 감독도 5.1 채널로 구현하고, 사운드를 풍부히 할 수 있는 장비를 더해 촬영하여 관객들이 콘서트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장면은 아날로그 감성이 잘 살도록 사운드 믹싱을 더 신경 썼다고 한다.
'벚꽃 연금'의 무게, 사명감
매년 봄만 되면 '벚꽃 엔딩'이 음원차트에 등장하면서 '벚꽃 연금'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장범준은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뮤지션이 되었다. 하지만 늘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사명감'이다. 좋은 기회를 얻어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고 많은 돈도 벌면서 실력은 키우지 않고 혜택만 누린다면, 실력은 있지만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말한다.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을 위해 악보 공부를 하고, 더 신나는 공연을 위해 자신의 한계인 고음도 연마한다. 그리고 아마추어 친구들이 프로의 길로 가는 데 필요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도록 함께 공연하며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자기의 음악 세계에만 빠져있는 뮤지션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함께'를 생각할 줄 아는 진중한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책갈피 같은 장범준의 노래들
영화 <다시, 벚꽃>은 버스커버스커 앨범, 장범준의 1집, 2집 수록곡, 미발매곡 등 음악 다큐멘터리답게 많은 음악을 들려준다. 유명한 '벚꽃 엔딩' 외에도 '첫사랑', '정말로 사랑한다면', '여수 밤바다' 등 영화에서 노래가 나오면 '맞아! 저 노래도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반갑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버스커버스커와 장범준 앨범의 노래들을 오랜만에 모두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래가 시작되면 그 노래로 기억되는 시간, 장소, 사람, 향기들이 떠오르는 책갈피 같은 노래가 있다. '벚꽃 엔딩'은 2012년 봄, 벚꽃이 흩날릴 무렵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해준다. 30대의 뮤지션 장범준은 또 어떤 책갈피 같은 음악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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