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는 리버풀 출신 4명의 청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록밴드를 결성하고, 일주일을 8일로 살면서 열정적으로 공연했던 4년의 시간에 집중한다. 1963년부터 1966년까지 4년은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를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영화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는 비틀스의 오랜 팬들에게는 미공개 영상과 자료들을 보여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비틀스의 유명한 노래는 알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비틀스가 60년대에 얼마나 파급력 있는 밴드였는지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비틀스의 역사적인 공연들을 최신 기술력으로 복원해 공개한다는 점이다. "관객들에게 라이브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는 론 하워드 감독의 목표처럼 50여 년간 보관되어온 영상들은 첨단 기술력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됐다.
비틀스의 현존하는 멤버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인터뷰를 비롯해 비틀스의 팬이었던 배우 시고니 위버, 우피 골드버그,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의 감독 리처드 커티스, 비틀스 투어에 함께 했던 저널리스트 래리 케인 등의 인터뷰는 그 시대 비틀스의 영향력을 증언해 준다.
기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열광할까요?"
비틀스: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기자처럼 나도 궁금했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열광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60년대부터 지금까지 비틀스의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틀스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문화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사실 실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의 영상들을 보면서 비틀스의 인기가 상상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목격했다. 순회공연에서 240여 명의 팬들이 실려 나가고, 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공연으로 꼽히는 1965년 뉴욕 '시 스타디움' 콘서트에 56,000명의 관객이 모인 장면을 보면서, 만약 영상이 없어서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스의 매력
음악이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4명의 청년이 내뿜는 매력이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엉뚱하고 장난기 넘치는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그들의 매력이었다.
1964년 비틀스가 미국 순회공연을 하던 때 미국 남부에서는 시민 평등권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비틀스의 공연장에서도 인종분리를 한다고 하자 비틀스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인종격리 같은 것이 있다면 공연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다.
덕분에 태어나서 백인이라고는 동네에 온 외판원 밖에 볼 수 없었던 한 흑인 소녀는 비틀스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수많은 백인들에 둘러싸여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적어도 잠깐 동안은 차별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비틀스는 사회적인 분위기 앞에서도, 공격적인 언론 앞에서도 늘 당당했다. 아마도 든든한 친구이자 동료인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4명은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우리에겐 서로가 있었죠."라고 말하며 의지한다. 엘비스는 혼자였지만 비틀스는 4명이었기에 무대에서 그리고 비틀스라는 이름에서 오는 부담감, 즐거움을 모두 공유할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었을 것이다.
다시 녹음실로 돌아가다
문화의 아이콘으로 등극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어느 순간 비틀스는 지치기 시작한다. 수 만 명의 관객이 모인 공연장에서 서로의 악기 소리,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연주를 하면서 쇼 장에 서있는 기분을 느꼈다. 모두들 조금씩 회의감과 불안감을 느꼈다. 더 이상 공연이 즐겁지 않았다.
비틀스는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작업을 할 수 있는 녹음실로 돌아갔다. 스튜디오에서 다시 즐거움을 찾으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는 사실에 모두 동의했다. 그 후 스튜디오 작업에 집중하고 4년간 5개의 앨범을 더 발매하는 동안 그들이 함께한 라이브 공연은 단 한 번이었다. 센트럴런던의 사무실 옥상에서였다.
영화 마지막부분 옥상 라이브 공연에서 비틀스는 데뷔 초 바가지 머리의 청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음악도 그들도 더 성숙하고 자유로워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틀스는 더욱 자신다워지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약 2시간은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비틀스의 매력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고난 후 비틀스가 더 궁금해졌다.
- 감독: 론 하워드
- 출연: 존 레넌(본인), 폴 매카트니(본인), 조지 해리슨(본인), 링고 스타(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