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김수현. 마음의 숲. 2016 |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작년부터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서 책 제목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쩐지 심각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일까?'가 지금 나의 궁금증에 더 적합한 표현 같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던진 이 질문이 머리를 아프게 하기 보다는 일상에 즐거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사람이구나를 새삼스레 관찰하며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심각하고 지칠 수 있는 어른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적절한 위트와 함께 풀어낸다.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문장을 만났을 때는 '맞아 맞아'하고 맞장구치며 친구와 수다 떠는 기분이 드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에게 절실한 건, 우리를 증명할 명함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中
나는 나인데 나로 사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사회의 기준과 평가에 흔들리기 때문일까? 그것도 맞지만 더 큰 이유는 나도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 나답게 사는 것이 어려운건 당연한 결과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언제 불행한지,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이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단점은 무엇인지 그래서 나는 누구인지 깊이 궁금해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단 1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인데 그럼에도 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요즘은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장점도 조금 더 칭찬해주고, 마음에 들지 않던 모습도 바로 보고 인정하면서 나와 친해지고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소개하는 '나로 살기 위한 to do list'에 내가 했던 방법들과 생각을 발견하고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반가웠다. 나를 알고 나로 살기로 하면서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나만큼 다른 사람도 더욱 존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소중하듯 다른 사람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가 있듯 다른 이에게도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이해. 그래서 나로 산다는 것이 나만 생각하는 삶은 아니라고 하는 것 같다.
<이 책의 밑줄>
우리 당연했던 것들에 질문하자.
*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고 싶은지
무엇에 행복해지는 사람인지
나는 남과 어떻게 다른지
자기 감각을 찾자.
*
우리 부끄러워할 필요 없는 일에
부끄러워하지는 말자.
타인을 함부로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가장 우스운 존재다.
*
친구야,
삶이 서툴고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들이닥치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혹은 설명하고 싶지 않은 일들에,
요란한 위로가 아닌
사려 깊은 덤덤함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