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완전하게>의 저자 이숙명은 25년째 혼자 사는 프로 독거인이다. 영화지 <프리미어>, 패션지 <엘르>.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싱글즈>에서 기자로 일했다. <보그>, <나일론>, <어라운드>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어쨌거나 뉴욕>, <디어미>, <패션으로 영화읽기> 등 책을 출간하며 글쟁이로 살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혼밥), 혼자 영화를 보고(혼영), 혼자 술을 마시고(혼술), 1인 가구 500만 시대에 나홀로족은 이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 혼자 산다'를 일찍이 실천중인 프로 독거인 저자 이숙명은 혼자 사는 삶의 즐거움, 불편함 그리고 궁금증을 <혼자서 완전하게>에서 솔직하게 공유해준다. '나 혼자 산다'의 책 버전 같달까?
나 혼자 산다 vs 나 혼자 못 산다
자유로운 단독자로 살기로 결심 한 후 따르는 몇 가지 불편함이 있다. 첫째,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잔소리. 둘째, 미래에 대한 불안. 셋째, 외로움. 이 불편들을 감수하면 얻을 수 있는 혼자 사는 삶의 즐거움도 있다.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자유,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자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가능성. 나는 어느 쪽에 더 인생의 가치를 두고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느 쪽을 더 견뎌낼 수 있는지 혹은 절대 견딜 수 없는지를 생각해보면 혼자 사는 삶과 함께 사는 삶 중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일 때 완전한 사람이어야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도 그와 같기를 기대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리하여 나를 침범하거나 내가 보탤 필요 없는 딱 1인분의 인간 말이다." (p9)
"이 아가씨는 혼자 다니기 아깝다."
저자가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뒤에서 들려온 말이다. 일정한 나이가 된 여자라면 애인과 함께 다녀야하고,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는 것이 정상인데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있다는 선입견을 마주했다. "혼자 다니기 아깝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린가? 세상에 누구와 같이 다니기 아까운 여자는 있어도 혼자 다니기 아까운 여자는 없다. 나는 그의 아내와 딸이 전자일 거라고 생각한다."(p148)
"어쩌면, 당신에게는 다른 형태의 삶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그런 당신에게는 내 인생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서로 잔소리는 참기로 하자. 나는 내 인생을,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 우리 각자 혼자서 완전해지면 되는 거 아니겠나." (p271)
"난 요즘 네가 가장 부러워."
결혼한 지인이 언제든 오래도록 여행을 다녀오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혼자 사는 그녀에게 주변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걱정하거나 부러워하거나.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기에는 서로 삶의 구석구석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더 모르는 것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단계를 건너뛴 채... 나는 잘 모르니까 막연히 남들이 좋다는 거, 누가 시키는 거, 남이 욕망하는 걸 흉내 내고, 그 욕망이 내 것인 양 착각하며, 내게는 필요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것들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을 동경하고 질투한다. 그런 바람은 어쩌다 실현되더라도 '어머 이 산이 아닌가봐'라는 후회를 남긴다."(p265)
"이제와 이런 말해서 미안하지만 사실 당신이 혼자 밥을 먹든 말든, 혼자 놀든 말든, 평생 혼자 살든지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새사람과 결혼은 하든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당신이 당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즉 정신적으로 충분히 혼자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비교할 이유도, 두리번거릴 이유도 없다."(p270)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혼자인 채로 함께다"
<혼자서 완전하게> 中
혼자 살든, 누군가와 함께 살든 중요한 것은 '나로 살고 있는 가'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사회의 시간표나 나침반이 아닌 나에게 맞는 기준을 세우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내 삶을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하면 삶에 불만이 생기고 그 짜증이 주변 사람들에게 닿는다. 내 마음이 천국일 때는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천국처럼 보이고,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지옥의 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우선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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