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홍만섭), 황승언(안나), 정우식(강민), 강봉석(창호), 황미영(미래), 박호산(형국), 류혜린(고운)
<족구왕>은 청춘, 캠퍼스, 스포츠, 코미디, 로맨스 영화 등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딱 한마디로 표현하면 '재미있는' 영화다. 개성이 확실한 캐릭터, 툭툭 던지는 대사, 무엇보다 주인공 홍만섭 역을 맡은 안재홍의 메소드 연기가 재미의 핵심이다. <족구왕>의 주인공 홍만섭(안재홍)은 갓 제대한 식품영양학과 복학생이다. 나이는 24세, 토익은 본적 없음, 학점은 2.1 그리고 현재 꿈은 연애.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도통 답이 안 나오는 만섭(안재홍)을 보고 같은 과 선배 형국(박호산)은 당장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한다. 하지만 만섭(안재홍)은 꿋꿋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나간다. 학교 퀸카인 안나(황승언)에게 반해 영어발표과제 파트너를 하자고 제안 하고, 학교에 족구장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건의도 한다. 요즘 같은 팍팍한 현실에 '족구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주위의 비아냥, "너네 집 잘 살아? 그럼 뭘 믿고 그렇게 낭만이 흥건하냐?"는 선배 형국(박호산)의 핀잔, 여자들은 족구 하는 남자 싫어 한다는 안나(황승언)의 말에도 만섭(안재홍)은 굴하지 않는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게, 족구가 뭐라고. 족구 좀 하면 안 되나. 만섭(안재홍)에게 족구가 있듯, 누구에게나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대에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을 위해, 취업을 하면 승진, 결혼, 출산, 육아, 자식의 미래 등등을 위해 미루고 또 미룬다. 재미있는 일, 행복한 일은 언제까지 미루고 아껴둬야만 하는 걸까? 지금 행복하면 마치 죄짓는 것 같은 팍팍한 현실은 청춘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지금의 행복이 모여서 미래의 행복도 지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 재미있고 행복하자는 것이 흥청망청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유희를 즐기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갖고 몰입해 보는 것이 진짜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공부에 빠져 지내는 하루하루가 행복이고, 만섭이(안재홍)처럼 족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려 땀 흘리며 족구를 하는 순간이 행복이다. 누구의 행복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할 수 없다. 각자 자기만의 행복의 방향과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춘뿐만 아니라 꿈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는 과정이 있다. 무언가가 되고, 이루는 순간만이 행복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이미 행복이다. 그러니 행복한 과정에 있는 이들을 안쓰러워하거나 결과를 재촉하기 보다는 대견하게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배려와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 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