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바탕 재난영화
영화 33 (The 33)은 2010년 칠레에서 실제 발생했던 광산 붕괴 사고를 다룬 재난영화이다. 2010년 8월 5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산호세 광산이 갑자기 무너졌고, 작업 중이던 광부 33명이 지하 700m 땅속에 갇혀버렸다. 다행히 모두 지하대피소로 대피했지만 비상식량은 겨우 사흘정도 버틸 수 있는 양뿐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두 채와 맞먹는 거대한 바위가 그들은 막고 있는 상황에서 탈출도 불가능하고, 땅위의 구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섭씨 32도, 습도 95%의 700m 지하에서 33명의 광부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땅위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 중이다. 광산이 붕괴하자마자 사고 소문을 차단하고 입막음부터 하려는 광산관리자, 민간회사의 일이니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정부관계자, 개인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의 일이 아니니 정부가 구조에 나서야 한다는 광업장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대통령,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생사확인만이라도 해달라며 절규하는 가족들. 영화 <33>은 갑작스런 재난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지 인간의 심리를 땅 속과 땅 위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재난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 심리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까? 영화 33 (The 33)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었던 뉴스가 스포일러인 셈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느껴졌다. 구조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이미 알고 보니 오히려 그 쪽으로는 마음을 놓고 사람들의 심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이는 두려움에 흔들리고, 어떤 이는 더욱 의지를 다 잡는다. 누군가는 가장 약해서 가슴 깊은 곳에 눌러 두었던 마음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유혹에 흔들려 신념을 버리기도 한다. 재난을 언론플레이, 정치 지지도에 이용하기도 한다. 하나의 재난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뒤섞인다. 그 모습에서 인간이 얼마나 약하고, 강하고, 선하고, 악할 수 있는지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진다.
감독: 패트리시아 리건
출연: 안토니오 반데라스(마리오 세풀베다), 로드리고 산토로(로렌스 골보르네), 줄리엣 비노쉬(마리아 세고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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