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은 꽤 조심스럽다. 개인의 취향, 처해있는 상황, 요즘 감정 상태 등에 따라 같은 책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 한 후 이 책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꼭 받는 책이 있다. 법륜스님의 책 <스님의 주례사>이다. 결혼을 앞둔 가까운 지인들을 만날 때면 선물하는 책이다. 결혼 후에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배우자와 함께 반복해서 읽으려 한다는 감상평(?)을 자주 듣는다. 스님이 쓰신 책이지만 종교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서 누구나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제목 때문인지 예비부부들에게 주로 선물하지만 결혼을 앞두지 않은 사람, 이미 결혼을 한 부부들에게도 필요한 지혜가 담겨있는 책이다. 책은 크게 4가지 주제로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는 인연법, 사랑 좋아하시네,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한 인연 짓는 마음의 법칙. 마지막 장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부의 연, 가족의 연, 친구의 연, 그리고 나와의 인연 등 모든 인연을 행복하게 짓고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행동해야하는지 <스님의 주례사>는 알려준다.
'욕심을 내려놓아라' 책을 읽고 난 후 책에서 말하는 것은 이 한 문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은 이래야 한다, 배우자는 이래야 한다, 가족은 이래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나는 이래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불교에서는 상(相)을 버리라고 말한다. 짜증이나 화가 날 때를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 혹은 누군가가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을 때였던 것 같다. 왜 내 마음처럼 해주지 않는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지 괴로워했다. 내가 만든 욕심의 틀 속에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 이다.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상대의 모습을 내 마음대로 그려 놓고, 왜 그림과 다르냐고 상대를 비난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의 착각이 나 자신과 상대,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p98)
그렇다면 마음의 욕심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법륜스님의 답은 명쾌하다. 그냥 내려놓아라. 욕심을 잘, 쉽게, 효과적으로 놓아 버리는 방법은 없다. 그냥 놓는 것이다. 잘하려고 애쓰는 것 또한 욕심이다.
불덩어리를 쥐고 손이 막 타들어 가는데 뜨거워 죽겠다고 아우성을 쳤어요.
이것을 놔 버리라고 했는데, ‘어떻게 놓는데요?’하고 물어보면 뭐라고 얘기해야 해요?
"그냥 놔라."
놓는 데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없어 못 놓는다는 뜻이 아니라, 방법이 필요 없다는 말이에요. 그냥 놓는 거예요. (p265)
책을 읽으며 스님의 말씀에 홀가분함을 느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싶다. 다른 사람과의 인연도 나에 대한 생각도 세상의 일을 대하는 태도도 어떻게 해야할지 명쾌해졌다. 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면 생각과 다른 행동과 불쑥불쑥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욕심에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방법을 모를 때는 몰라서 괴로웠는데, 알고 나니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게 고민이 되어서 이러려고 책을 읽었나 자괴감이 든다.
"안 되는 게 되는 거다."
서암 큰스님께서 주신 지침입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 '못 타는 게 타는 중이다', '넘어지는 게 바로 타고 있는 중이다.'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예요.
타다가 넘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지금 자전거 타기를 배워 가는 중이라는 겁니다. 성공으로 가는 중이라는 말이에요. (p256)
수행하는 과정에서 잘 안 되는 게 정상이에요.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려고 연습할 때 넘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수행이 잘 안된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어요. 안 된다고 한탄하는 것은 욕심이에요. 백 번 해야 할 일을 두 번 해놓고 안 된다고 좌절하는 것은 쉽게 얻겠다는 욕심입니다. (p258)
법륜스님은 한두 번 해보고 안 된다고 한탄하는 것 또한 욕심이라며 욕심을 내려놓으라 한 번 더 당부하신다. 욕심을 내려놓는 다는 것은 어쩌면 부족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완벽한 인연, 완벽한 나를 그리고 욕심내면 언제나 만족하지 못해서 괴로울 것 이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찾고, 어떠한 상황에도 감사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을 연습한다면 행복한 인연을 찾고 이어나가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