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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광현

출연진: 지창욱(권유), 심은경(여울), 안재홍(데몰리션), 오정세(민천상)

  <조작된 도시>는 박광현 감독이 2005<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씬 처럼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보여 색다른 재미를 준다. 지창욱, 심은경, 이하늬, 오정세, 안재홍 등 조작된 도시의 화려한 출연진과 변신한 마티즈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인터넷 게임 속에서는 팀원들을 이끄는 듬직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돈이 없어 게임 정모에도 못나가는 백수다. 어느 날 PC방에 두고 온 휴대폰을 가져다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휴대폰을 찾아주고 돌아온 다음 날 권유(지창욱)는 그 여자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몰린다. 황당하게도 모든 증거는 권유를 범인이라고 지목했고, 억울한 감옥살이가 시작된다.

  권유가 이끌던 게임 팀의 팀원이었던 해커 여울(심은경)은 권유의 사건이 단 316초 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대장 권유(지창욱)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가상 게임 세계 속에서 협력하던 팀원들이 현실 세계에서 뭉치기로 한다. 세상을 자신들의 이익과 입맛에 따라 조작하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향한 아웃사이더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조작된 도시>는 천상병 시인의 시 '나무'를 권유(지창욱)가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회는 권유(지창욱)가 이끄는 게임 팀의 멤버들을 썩은 나무라고 한다. 백수 대장(지창욱), 은둔형 외톨이 털보(심은경), 지방대 건축과 교수 '여백의 미'(김기천), 특수효과 스태프 '데몰리션'(안재홍), 인터넷 성인 방송 BJ&감독, 용산전자상가 엔지니어 출신 실업자 '용도사'(김민교).

  사회는 이들을 개인의 능력, 가능성 보다는 지금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들어오지 못해 게임에 빠진 쓸모없는 사람들로 치부한다. 사회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영화에서 민천상(오정세)과 기득권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죄를 약자들에게 뒤집어씌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그들이 조작하는 세상의 룰이기 때문이다.

  권유(지창욱)와 팀원들은 세상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이들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썩은 나무가 아님을 증명해 나간다. 남은 부품으로 만든 드론, 변신한 마티즈의 활약은 쓸모없어 보이고 약해 보이는 것이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건도 사람도 편견으로 바라보면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힘을 합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영화 <조작된 도시>는 말한다. 개연성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게임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화려한 액션, 장면 장면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 봐야할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재미와 의미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영화이다

[관련 영화]

2017/07/14 - 족구왕 (The King of Jokgu, 2013) (안재홍 출연)

2018/02/11 - 영화 침묵 (Heart Blackened, 2017) 침묵 속에 담겨있는 진실과 진심 (이하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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