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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토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2회에서는 새로운 동네 친구 현아(전혜진)가 등장하고, 미정이 가족들에게 숨긴 비밀이 드러난다. 염미정(김지원)이 마음속에 어떤 짐을 지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소설 같은 명대사도 많았다. "나를 추앙해요." 2회 엔딩에서 염미정이 구씨에게 한 대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왜 추앙하라고 했을까? 왜 하필 '추앙'이었을까?

나의 해방일지 2회 줄거리

  경기도 산포시에 사는 삼 남매와 친구들은 모처럼 서울에서 모인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 현아 생일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삼 남매와 친구들은 찌들어있고 마음에 안 드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아(전혜진)는 남자친구가 침대를 산다고 해서 화가 났다. 사귄 지 2년이 넘은 마흔셋 남자 친구가 싱글 침대를 산다는 건 자기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거 아니냐며.

  염미정(이엘)은 회사 직원들과 돌아가면서 사귀는 박진우 이사가 마음에 안 든다. 박진우 연애이력을 알면서도 사귀는 여자들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사실 미정이 짜증 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왜 나만 건너뛰어?!"

  염창희(이민기)는 일단 왜 자기만 건너 뛰냐는 생각을 하는 누나 염미정이 이해가 안 되고 짜증 난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전 여자 친구도 내 신세도 지친다.

  막내 염미정(김지원)은 뒤통수친 전 남친 소식과 해결은 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 친한 듯하면서도 겉도는 동료, 트집 잡는 상사, 동호회를 들라는 권유도 이제 지친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다.

  일과 술로 흘려보내는 구씨(손석구)의 삶에 염미정이 끼어든다. "나를 추앙해요." 이상한 말을 하면서. 이 여자 뭐야.     

나의 해방일지 2회 리뷰

  • 염미정은 구씨에게 왜 추앙하라고 했을까?

  "날 추앙해요." 왜 '추앙'이었을까? 미정의 말을 듣고 다음 장면에서 구 씨가 휴대폰으로 추앙 뜻을 검색한다. 추앙은 그런 단어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아서 뜻을 찾아봐야 하는 생소한 단어.

  동네 언니 현아(전혜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정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없다. 그래서 한마디 한마디가 귀한 사람이다. 그런 미정이기에 '추앙'이라는 단어를 찾고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했을 거다.

  게으른 표현으로 마음을 아무렇게나 떠들지 않고, 제대로 표현 할 수 있는 단어가 뭘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에 미정이 마침내 찾은 단어가 '추앙'이 아니었을까.

추앙 :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다

  툭 튀어 나온 거친 단어로 들릴지 모르지만 미정에게는 오랜 시간 찾고 다듬어온 말일 거다. 나를 좋아해 달라, 사랑해 달라는 흔한 말로는 부족하다.

  애정 그 이상의 숭고하고 충만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지친 미정에게 필요했을 거다. 지금까지 만난 나쁜 인연들에게서 받은 모욕과 상처를 치유해줄 높고 큰 마음이 필요했을 거다. 

 

  • 인상 깊은 연출

  나의 해방일지 2회에는 독립영화 같은 연출이 많았다. 특히 현아와 미정이 술집에서 '말'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 연출이 묘하고 아름다웠다.

  시끄러운 술집 안에 조명이 무지갯빛으로 번지고 현아와 미정이 서로에게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현아의 말에 미정이 위로받은 듯 환하게 웃는다. 언니, 오빠와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할 때 미정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 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그런데 다음 장면에 비가 쏟아지는 빌딩 숲 아침 풍경이 이어진다. 잔인한 연출이다.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미정의 소망이 한여름 밤 꿈처럼 사라진다. 꿈 깨라는 듯 자동차 경적 소리와 빗소리가 시끄럽다. 

 

나의 해방일지 2회 명대사

(미정)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하는 것 같아.

(현아) 
어느 지점을 지나가면 말로 끼를 부르기 시작해. 
말로 사람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 거야.

그러니까 넌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마디 한 마디가 다 귀해.

 

(미정)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 작가 : 박해영 (드라마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 감독 : 김석윤 (드라마 로스쿨, 눈이 부시게)
  • 출연 : 이민기(염창희), 김지원(염미정), 손석구(구씨), 이엘(염기정), 전혜진(지현아)

 

[나의 해방일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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