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올해 100세를 맞은 김형석 교수님의 일상을 KBS<인간극장>을 통해 보다보니 나의 100세는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100세는 너무 먼 미래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막연히 건강했으면 좋겠다,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나로 존재하다가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00세라는 나이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삶이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100세 건강 비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 또한 아님을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그런 분이다. 방송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이었다.
100세 혼자 버스를 타고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은 해보지 못했다. 노년의 삶에도 한계가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모든 이가 노년을 이렇게 건강하게 맞이할 수는 없기에 사람들은 교수님의 장수비결을 궁금해 한다. 그런데 카메라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행하며 살펴본 바로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 굳이 찾자면 기본에 충실한 것. 그리고 꾸준한 것.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같은 시간에 조금씩 하고, 산책, 등산, 수영으로 육체의 건강을 관리한다. 1년에 160회에 달하는 강연을 하고, 글을 쓰면서 여전히 일을 하시는 것 또한 건강의 비결이었다.
노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행운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사회에 여전히 쓰임이 있다는 사실은 살아갈 보람을 준다.
장수의 기쁨과 슬픔
장수의 기쁨은 작별이라는 아픔과 함께 온다. 아내, 어머니, 친구, 제자 등 정든 이들과의 이별 후 고독은 일상이 되었다. 교수님은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다며 여전히 부인과 살던 집에 혼자 살고 계신다. 학자들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생산적인 시간이 되니 고독을 잘 견뎌야 한다고 웃으며 말씀하시지만 담담함에 더 외로움이 느껴졌다.
100세의 철학자가 알려주는 인생의 지혜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사랑하며 살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충분히 누리는 이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지만 말의 무게는 다르게 느껴진다. 정말 그렇게 100년 동안 살아 온 교수님의 정직한 인생의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처럼 여유 있고 멋진 100세를 꿈꾸니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선명해진다.
EIDF 2016. 인생은 백 살부터 (Life Begins at 100, 2015) 스웨덴 최고령 블로거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