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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차이나는 클라스 - 질문 있습니다> 194회에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마이클 샌델 교수,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 교수와 '능력주의의 폭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강의는 '능력주의는 정말 공정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믿어온 능력주의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2016년 이후 심각한 양극화, 많은 노동자들의 분노와 불만에 기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학생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 등을 목격하며 능력주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능력대로 하면 공정할까?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은 사회 곳곳에 있다. 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샌델 교수는 이런 능력주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르브론 제임스의 성공은 오직 그의 능력과 노력 덕분일까?

  르브론 제임스의 연간 수입은 약1066억 원이다. 다른 농구선수들이 그와 똑같은 노력을 해도 모두가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스타가 되고 막대한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재능도 있고 노력으로 성공했지만 르브론 제임스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 스타들도 있다.

  여기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과 연관된 '행운'의 역할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유전적, 환경적 행운. 시대를 잘 타고나는 것도 행운이기 때문이다. 르브론 제임스가 르네상스 시대에 태어났다면 농구에 뛰어난 재능도 있고 노력을 해도 지금과 같은 보상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성공 뒤의 이런 행운을 알고 인정한다면 성공 앞에서 겸허하게 될 것이라고 마이클 샌델 교수는 말한다.

능력주의가 불러오는 문제

  능력주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능력에 따른 평가 자체는 좋은 원칙이다. 하지만 오직 능력으로만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적한다.

첫째, 승자들의 오만한 태도. 내가 잘해서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패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이 나의 노력 덕분이듯,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둘째, 뒤처진 사람들은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리고 굴욕감을 느끼게 된다.

능력주의가 불러온 '미국 분열'

  능력주의의 폐해는 미국 정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불평등에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 두 정당은 어떻게 대처해 왔을까? 민주당은 '대학에 가라 그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웠다.

  저학력 노동자들의 분노와 소외감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폭발했고, 분노한 비대졸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트럼프를 지지했을까? 엘리트들에게 무시당한다는 그들의 모욕감, 분노를 표현하며 동질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모빌-조형물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일의 존엄성을 회복하라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일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노동자에 대한 인정과 존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의 존엄성과 자본주의가 공존할 수 있을까? 우리가 돈을 숭배한다면 불가능하다.

  외출이 어려운 팬데믹 상황에서 집 앞까지 식료품을 배달해준 배달원은 주문자의 위험을 대신해준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임금은 높지 않다. 사회기여도를 돈에 따라 한다면 이런 필수 노동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과 인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배달원을 비하하는 폭언으로 문제가 된 사건들이 있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상적인 보상 기준은 '공동선(개인을 포함해 사회 혹은 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에 대한 기여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이 능력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는 막연함만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이야기의 가치는 '문제제기'에 있다.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그 이면을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변화를 불러오는 시작이다.

  팬데믹으로 배달이 많아져서일까, 최근 뉴스에서 배달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진상고객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된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말한 능력주의가 불러온 부작용의 한 모습 같다. 임금이 높은 자신은 성공했고, 임금이 낮은 배달원은 실패했으니 모욕을 감수해야 한다는 오만한 태도.

  배달원을 비롯한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 그들이 공동선에 대한 기여도라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결코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능력주의의 그림자와 부작용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 출연진 : 이용주, 강지영, 오상진, 홍진경, 지숙, 덕원, 최서윤, 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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