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셰프의 탄생 (2012.04.01.)>은 다큐 <누들로드>를 제작한 이욱정 pd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학교 중 하나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경험한 500일간의 기록이다. 푸드멘터리 개척자라 불리는 이욱정 pd는 잘 다니던 방송국을 휴직하고,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했다. 인종, 국적, 문화, 연령 등 다양한 배경을 가졌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은 같은 80여 명의 학생들이 르 꼬르동 블루에 모였다.
이욱정 pd는 르 꼬르동 블루 생활을 카메라에 담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급생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걸 내가 왜 찍어야 하는데?" 동급생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이욱정 pd는 "네가 10년 후에 세계적인 셰프가 되었을 때, 너의 학창 시절을 찍어 놓은 이 다큐가 엄청난 소스가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설득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렇게 누군가는 세계적인 셰프를 꿈꾸며, 어떤 이는 전문적인 푸드멘터리 pd를 꿈꾸며 르 꼬르동 블루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르 꼬르동 블루가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라고 불리는 이유
다큐를 보며 르 꼬르동 블루의 강점은 탄탄한 '기본기'와 시간의 힘이 쌓인 '체계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프랑스는 요리에 대한 지식을 체계화하고 문화와 예술로 향유해왔다. 이런 환경에서 르 꼬르동 블루는 최고의 셰프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교육하고 체계화해 왔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 손질뿐만 아니라, 시간약속, 복장 상태, 안전화 착용, 청결상태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기본을 지키지 못한 학생들은 퇴교 처리되기도 했다. 위험한 주방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은 셰프에게도, 음식을 먹는 손님들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르 꼬르동 블루는 화려한 기술이나 레시피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맛을 창조할 수 있는 기본을 가르친다. 탄탄한 기본을 익힌 졸업생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현지의 신선한 재료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르 꼬르동 블루에서 배운 인생의 레시피
르 꼬르동 블루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점에 가면 르 꼬르동 블루 레시피 책을 쉽게 살 수 있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새로운 레시피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레시피가 아니다. 요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중요하다.
이욱정 pd도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 한 접시를 두고 질문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음식을 만드는 것과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배웠다고 말했다. 생각하고, 대화하고, 존중하며 감사하라. 이것이 르 꼬르동 블루에서 배운 인생의 레시피였다.
사실 요리를 먹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한 접시의 요리를 내어 놓기 위해 셰프는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소스를 만들고 칼질을 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더 시간을 돌려보면 그 주방에 셰프로 서기 위해서 르 꼬르동 블루 학생들처럼 칼에 손이 베이며 기초부터 수련하는 수많은 시간을 쌓아왔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 생각났다.
내 앞에 온 한 접시의 요리는 실은 어마어마한 것이구나. 한 사람이 꿈을 위해 노력한 시간이 함께 담겨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 학교 졸업 후에는 남의 음식을 함부로 평가하지 못하겠다는 이욱정 pd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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