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빚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까?"
EBS 다큐프라임은 이 질문에서 경제대기획 '빚'(DEBT)을 시작했다고 한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500조, 한 가구당 7022만 원이다. 가계부채는 2002년 464조에서 2018년 1500조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자금대출,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 주택융자, 사업대출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부터 노년까지 빚과의 동행은 이어지고 있다.
'빚'은 무엇일까?
'빚'은 미래소득을 현재에 가져와 쓰는 것이다. 빚의 사이클은 '대출-지출-생산성-수익'의 구조로 돌아간다. 이 사이클이 확장, 반복되면 경제규모가 커지고 경제가 성장한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도 인프라, 자본이 부족하던 시절 외국 자본을 빌려와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빚의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빚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출을 통해 집과 개인택시를 소유하게 된 출연자는 빚이 없었으면 결혼 후 집도 없고 지금과 같은 생활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빚은 갚고 나면 내 재산이 된다며 빚이 너무 감사하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대출을 통해 300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부동산 사업가는 빚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며 빚을 더 내고 싶고, 이자만 내고 죽을 때 빚을 모두 갚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빚은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해서 수익을 얻을 기회와 상황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본이 없는 사람,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업을 할 기회와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이제 열심히 일해서 수익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으면 빚의 사이클은 순조롭게 돌아간다. 가계경제와 국가경제도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내 빚은 내 이웃에 의해서도 결정 된다
그런데 빚에서 잊지 말아야할 점이 있다. '불확실성'이다. 빚은 미래 소득을 현재에 끌어와서 쓰는 것인데 미래에 예상한 만큼의 소득이 없다면? 게다가 미래에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예상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빚은 나 말고 내 이웃, 지자체, 국가, 전 세계의 경기 변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방송에 출연한 경제학자들은 내 빚은 내 이웃에 의해서도 결정된다고 말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나라 90년대 경제위기가 그러한 사례이다. 당시 기업들이 빌린 돈의 추가 대출 연장이 안 되고 부실을 겪자 금융권도 불안해지고 이자율이 치솟았다. 개인의 잘못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빚의 크기와 부담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빚의 선순환 사이클이 무너진 것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실재'
'빚'에 관한 ebs 다큐프라임 방송을 보면서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가 생각났다. 인지혁명 후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집단이 같은 것을 상상하고 믿을 수 있게 되었고 전설, 신화, 종교가 등장했다. 법, 경제도 비슷하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에서 푸조라는 신화를 통해 '가상의 실재'를 이야기한다. 자동차 회사 푸조와 같은 법인뿐만 아니라 국가, 법 등 우리가 당연히 존재한다고 믿는 것들의 실재를 무엇으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실재' 개념은 신용대출, 어음 등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모두가 돈이라고 믿고 주고받은 것이 정말 실재하는 돈인가? 현재로 당겨 왔다고 생각하는 미래의 수익은 확실히 존재하는 것인가? 오래도록 문제없이 빌려주고, 갚아 온 빚의 선순환은 미래에도 확실히 존재할 신뢰인가?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현대의 사업가와 법률가는 사실 강력한 마법사라고 표현한다. 법인, 국가, 법체계, 금융, 채권, 어음 등과 같은 가상의 실재를 만들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법은 언제든 풀릴 수 있다. 마법의 달콤함에 익숙해져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함께 보면 좋은 이야기 추천
- ebs 다큐프라임 경제대기획 ‘빚'(DEBT) | 2부 빚의 역습 - 당신의 빚은 안녕하십니까?
- EBS 다큐프라임 경제대기획 ‘빚'(DEBT) | 3부 미래의 빚 - 우리는 어떤 빚을 원하는가?
- 영화 인사이드 잡 (Inside Job)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과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