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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6일 광화문 교보빌딩 23층에서 지난주 장강명 작가에 이어 김연수 작가의 교보인문학석강이 있었다. 김연수 작가 강연의 핵심 키워드는 '상상력'이었다. 소설가의 상상력 또는 문학적 상상력이 가지는 의미와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소설가는 소설을 쓸 때 나의 자아에서 벗어나 세계를 조망한다. 시선이 달라지면 시야가 달라지고 나의 자아에 갇혀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할 수 있다. 상상은 인간을 내부적으로 구원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깊은 밤, 기린의 말>에서 자폐아를 둔 엄마가 시인이 된 것이 그러한 예이다. 아무리 희망을 품어도 의학적으로 더 나아질 수 없는, 완치가 없는 아이의 상태 앞에서 엄마는 '시'라는 문학적 상상력에 기대어 내부적으로 구원을 받는다.

  김연수 작가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현실에서 찾을 수 없던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창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이었을 때, 서울대생이 할복 후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대학만 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 대학생은 왜 죽음을 택했는지 김연수 작가에게는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죽을까?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쓰고 드디어 답을 찾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스토옙스키가 오래전에 먼저 답을 찾고 썼다며 김연수 작가는 웃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 첫 장에 도스토옙스키는 요한복음 1224절을 인용한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밀알 하나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듯, 자신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이의 행복이 이루어지는 시작이 될 것임을 죽은 이들은 알았던 것이다. 그들은 김연수 작가가 말하는 문학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오늘 나 한 사람은 고통 속에서 죽겠지만 무한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오늘 간절히 소망하며 죽었던 소원들이 이루어 질 것이고, 다음 사람들은 그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을 상상하고 믿었던 것이다. 상상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세속의 길만을 따르게 된다. 문학적 '상상력'은 현실에 없는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것이 소설 문학의 역할이라고 김연수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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