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에서 가수 이적을 비롯한 세 아들의 엄마로서 육아,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오늘,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은 일흔을 맞이한 할머니 박혜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에서 일어날 일은 걱정을 해도 일어나는 법이니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동시에 다른 사람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라고 당부한다.
호기심 대마왕, 재미 주의자 할머니 박혜란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며 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라고 할머니가 옆에서 토닥여주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삶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할머니의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손주들에게 남기는 말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프라하 같은 외국에서 한 달 정도 살아 보고, 다큐멘터리도 찍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재미주의자, 호기심 대마왕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저절로 솟는다.
"난생처음 겪는 무더위 앞에서 나는 새삼 내가 하루하루 겪는 일 하나하나가 다 난생처음이란 엄숙한 사실을 되새겼다."
오늘은 누구나 난생 처음 살아보는 날
'꽃보다 누나'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영화배우 윤여정의 '나도 60살은 처음 살아봐'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른들은 오래 사셔서 모든 일에 익숙하고 담담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오늘'은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날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오늘'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첫날이었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다.
"내가 사는 오늘 하루하루가 난생처음 맞는 날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무언가 새로운 이벤트가 없으면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십 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다. 이제 일흔이 넘어서야 일상의 새로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니 참 어리석기도 하다. 난생 처음 살아 보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똑같은 오늘은 없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돼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할머니 박혜란의 말처럼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날이 어제였는지 지난주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그날 아침의 날씨,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점심에 먹었던 반찬, 지하철에서 스쳐지나간 사람들 등 새로움이 있었다.
바뀌지 않고 반복된 것은 오늘의 새로움을 알아채지 못한 나의 무뎌진 생각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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