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차이나는 클라스 37회 (2017. 11. 22) 오후 9시 30분 방송.
이진우 교수는 공대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포항공과대학교 석좌교수이자 의심의 철학자로 불린다. 이공계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공학, 자연과학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본격적인 강연 전에 그가 던진 질문은 '철학이란 무엇인가?'이다. 철학은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을 알려준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철학이 시작된다. 철학적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좋은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유발시키는 질문이다.
<오늘의 주제 : 질문하는 당신이 철학자>
다양성을 경영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니체'
철학은 다양성을 경영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경영한 대표적인 철학자는 소크라테스와 니체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소크라테스) "삶의 낯설고 의문스러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철학이다"(니체)라고 말한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성을 강조하고 질문으로 철학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따르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과 세상에 던졌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발견하는 철학
영화 <매트릭스>에는 컴퓨터에 의해 뇌에 주입된 매트릭스라는 가상 세계를 믿고 사는 인간들이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 네오는 달콤한 거짓의 파란약, 고통스러운 진실의 빨간약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다. 매트릭스에 영감을 준 것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라고 한다. 동굴에서 앞만 바라보게 묶인 죄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믿고 살았다. 어느날 죄수 한 명이 사슬을 끊고 뒤로 돌아 그림자의 본체인 실체를 본다. 그리고 동굴 밖으로 나가 진짜 세상을 보고 동굴로 돌아와 다른 죄수들에게 알린다. 편견에 갇힌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동굴 속 그림자는 무엇일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지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다. 이진우 교수는 강연하고 있는 자신의 말도 의심하며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스승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의심하고 생각한 뒤에 믿는 것과는 다르다.
전복의 철학자 니체
니체는 "위험하게 살라"고 말한다. 기존의 가치를 전복해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험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특히 우리 한국 사회는 모험이 힘들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정신의 세 가지 변신을 이야기 한다. 새로운 도덕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낙타-사자-어린아이' 세 가지 변신을 겪어야 한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는 짐승으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규범, 관습의 무게를 지는 단계이다. 낙타의 시기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나에게 제일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이다. 학생들은 경쟁, 열등감, 돈, 불안감, 이상의 나와 다른 지금의 자기 자신이라고 답했다. 질문과 답을 통해 현재 자기에게 무엇이 가장 무거운 문제인지 알 수 있고, 이를 견뎌내야 성장할 수 있다.
'사자'는 의무에서 벗어나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자유 의지를 가진 상태이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를 획득하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힘을 갖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파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린 아이'는 새로운 시작, 무한한 긍정의 힘을 가지고 놀이하듯 삶을 사는 단계이다. "나는 무엇을 창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새로운 도덕을 창조한다.
플라톤의 동굴이야기, 니체의 정신의 세 가지 변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은 새로운 창조, 도덕은 처음부터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죄수, 낙타와 같은 편견의 상태를 거치면서 깨우친다는 것이다. 관찰하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질문을 할 수 없다. 질문을 하지 못하면 답을 찾을 수도 없다. 답을 찾는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동굴에서 나와 어린 아이와 같이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철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어떤 관습에 익숙해져 의심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그리고 낙타, 사자, 어린아이 중 어디쯤에 있는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