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안녕하세요, 짜라투스트라씨.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제가 당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짜라투스트라(이하 짜) : 반갑네. 나도 이런 자리를 갖게 되어 즐겁소.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
나 : 짜라투스트라씨께서는 고향을 떠나 산속에서 당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10년 동안이나 싫증도 내지 않고 잘 지냈다고 하셨는데, 어째서 그런 평화를 버리고 산을 내려 오신건가요?
짜 : 나는 꿀을 너무 많이 모은 벌처럼 나의 지혜에 지쳤고 나를 향해 내미는 여러 손이 필요했다네. 나는 증여하고 나누어 주고 싶었고 인간 가운데서 현명한 자들이 다시금 어리석음을, 가난한 자가 다시금 풍부함을 기뻐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
나 : 10년 동안 산에서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아 이제 그것을 산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지혜를 주어 그들의 무지를 깨닫는 기쁨을 주고,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바른 지혜를 깨닫게 하는 기쁨을 주고 싶었던 것이네요.
짜 : 그렇다네. 나의 몰락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지.
나 : ‘몰락’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시던데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말 그대로 ‘무너진다’와 같은 뜻인가요? 당신의 뜻이 좌절된다는 것인가요? 저는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짜 : 이보게 젊은이, 내가 말하는 몰락은 그런 뜻은 아닐세. 몰락은 내려간다는 의미, 다시 말해 인간의 세계로 내려오는 것이네. 지금 세상은 신이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신의 세계, 초현실적인 세계만을 생각하고 있어. 우리는 인간의 세계, 이 땅에서의 세계에 집중해야해. 나는 그걸 말하고 싶었네.
나 : 아 그런 의미였군요. 당신의 생각에서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가 ‘초인’인 것 같은데 초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짜 : 초인은 대지이고 번개요 광기이지. 나는 사람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간청하네. 대지에 충실하고 당신에게 초지상적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들은 독을 배합하는 자들이니까 말이야.
나 : 초인을 대지라고 비유한 것은 신을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비되는 것인 것 같네요. 그리고 대지에 충실하라는 것은 기독교적인 초현실주의적 자기 초극이 아니라 철저히 현실세계, 현실주의적인 자기 초극으로 자기 자신을 확립하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당시의 기독교는 내세에 관해 말했는데 당신은 그런 내세관을 비판하고 철저히 현실에 집중하기를 바랐군요. 하지만 기독교 중심 사상이 지배적인 때라서 당신의 의견은 상당히 위험하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짜 : 그렇지. 사람들은 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지. 나는 그들을 상대로 말할 수가 없었어. 내가 너무 오랫동안 산 속에 살며 시냇물과 나무가 하는 말에 지나치게 귀를 기울였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그들을 목자처럼 대했던게지. 그들은 나를 무서운 농담이나 하는 냉정한 냉소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나 : 당신이 만난 줄 타는 사람도 역시 기독교의 내세관에 얽매여 있더군요.
짜 : 줄 타는 자도 죽으면서 이제 악마가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간다고 나보고 막아 줄 수 없냐고 물었지.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야. 지옥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영혼은 육체보다 더 빨리 죽을 것이니까.
나 : 영원 불멸을 부정하는군요. 여기서도 당신의 생각을 엿볼 수 있네요. 현재의 순간, 현실의 이 대지 위의 삶에 집중해야지 내세의 삶이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네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저도 이런 당신의 의견에 동의해요. 내세의 삶을 위해 지금을 살아가는 것 보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우리는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사실 알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알지 못하는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오늘을 더 행복하고 즐겁게 보람차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요. 오늘을 성실히 산다면 알 수 없는 내일과 먼 미래일지도 모를 내세도 나쁠 리가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당신이 아무리 주장하여도 기존의 기독교적 도덕과 사상은 사회에 너무 깊이 뿌리 박혀 있어서 당신 혼자서는 아무래도 변화를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아요.
짜 : 그렇다네. 사람들이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지 아는가? 그들의 가치표를 부숴 버리는 자라네. 그는 사람들에게 파괴자고 범죄자지. 하지만 그는 바로 창조하는 자야. 모든 신앙의 신도들이 가장 마워하는 자도 그들의 가치표를 부숴 버리는 자이지. 하지만 그 역시 창조하는 자야. 나는 그런 창조자였던 거지. 그래서 나는 동반자를 찾기로 했어. 나 혼자는 역부족이니 창조하는 자, 수확하는 자, 축제를 벌이는 자와 힘을 합하여 사람들에게 무지개를 보여주고 초인에 이르는 모든 단계도 알려주고 싶네.
나 : 꼭 그럴 수 있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당신이 말한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당신은 정신의 세 가지 변화를 낙타, 사자, 어린애라고 하였죠. 첫 번째 단계인 낙타는 순종적이고 인내심이 있긴 하지만 수동적이고 두 번째 단계인 사자는 자율적이기는 하지만 공격적이고 방어적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어린아이로 유연한 사고로 창조 가능한 존재라고 하였죠. 당신이 말하는 초인은 어린아이와 같은 단계의 정신세계를 가진 자라고 생각하는데 맞나요? 사회에서 주입하는 대로 사고하거나 기존의 인식대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면서 창조적인 자신만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린아이와 같은 정신을 가진 초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짜 : 그래 사람들은 나를 도덕의 파괴자라고 부르지만 나는 기독교적 도덕은 파괴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종래의 도덕에서는 사람들은 초현실적인 것에 따르느라 정작 자기를 상실하였거든. 나는 현실에서 자기를 인식하고 인간이 자기 자신을 확립하였으면 좋겠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하고 창조적인 정신으로 말이야.
나 : 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당신의 생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시겠어요?
짜 : 신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