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태윤
출연: 정우(이준영), 강하늘(조현우), 김해숙(순임)
'재심'이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당사자나 기타 청구권자의 청구로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비상수단적인 구제방법이다. 영화 <재심>은 실제 2000년 익산의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에 관한 내용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배우 정우가 맡은 변호사 이준영 역할 역시 실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를 모델로 하고 있다. 동네 다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현우(강하늘)는 택시기사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 최초 목격자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를 하던 경찰은 현우(강하늘)를 살인범으로 만든다. 구타, 고문으로 강압수사를 해서 목격자를 범인으로 바꾼 것이다.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현우는 우연히 구상권 때문에 방문한 변호사 준영(정우)을 만난다. 큰 로펌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급했던 준영이었지만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현우의 말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심을 통해 현우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법이란 것이 뭐여?"
영화 속에서 현우(강하늘)가 준영(정우)에게 묻는다. 억울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죄지은 사람은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법이 아니냐고. 법이 잘못되어서 현우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겨난 것일까? 영화 <재심>을 보면서 원인도 해결방법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법체계, 법 제도의 문제 이전에 '법을 다루는 사람'이 사회가 약속한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 영화 속 현우(강하늘)도 법의 범위를 벗어난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방식 때문에 목격자에서 살인범으로 바뀐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어려운 사건을 쉽게 끝내려고 경찰서도 아닌 모텔에서 구타와 협박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낸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용의자를 조작하고 강압수사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자신들의 수사 실수를 감추기 위해 진짜 용의자가 나타나도 모르는 척 한다. 실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에서도 거짓 자백으로 범인을 만들어낸 경찰이 3년 후 체포된 유력한 용의자에게는 증거 없는 자백이라는 이유로 풀어주었다.
법 적용에 일관성이 없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직업윤리의식을 망각하고,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려는데 급급할 때 법은 원래의 목적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그리고 법 집행 과정의 억울함, 언제 나도 용의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회에 퍼지게 된다. 법은 더 이상 사회구성원들의 약속으로 신뢰받지 못한다. 법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법을 다루는 사람의 잘못 때문에 법제도 또한 억울한 대상이 되는 셈이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관련 기관을 없애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겉으로만 요란한 미봉책이다. 법의 개정, 보완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법을 다루는 경찰, 법률가 모두의 준법정신,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아닐까. 수사의 편의를 위해서,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일이 결코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해서는 안 됨을 영화 <재심>은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