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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지아), 이서연(보라), 강민준()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보여준다. 인간관계는 아이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반에서 은근히 왕따를 당하던 선(최수인)이는 방학식날 복도에서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새 학교에서 처음만난 선이와 지아는 비밀을 나누며 여름방학 동안 둘만의 우정을 키워간다. 너무 가까워지면 부딪히게 마련이고, 부딪힌 곳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작은 균열로 미묘하게 흔들리던 우정은 개학 후 학교에서 선이를 따돌리던 보라(이서연)의 무리에 지아가 합류하면서 와르르 무너진다. 세상 누구보다 가까웠던 여름날에 공유했던 둘만의 비밀은 이제 선이와 지아에게 서로를 공격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되었다. 선이와 지아는 다시 우리들이 될 수 있을까?

  영화가 시작하고 까만 화면 위로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화면 가득 영화의 주인공 선(최수인)이의 얼굴이 나타난다. 체육시간에 피구 편을 나누는 가위바위보가 진행되고, 한 명씩 선택 될수록 선이의 얼굴에는 기대, 실망, 불안, 괜찮다는 스스로의 위로가 조용히 교차한다. 연기 경험이 없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선이 얼굴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서 모든 감정이 읽힌다. 영화 <우리들>은 가족, 친구들 사이에서 순간순간 일렁이는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을 잘 포착해서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무리에 선택되지 못할까봐 느끼는 불안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친구에 대한 묘한 질투심, 맞기 보다는 차라리 때리고 왔으면 싶은 팔은 안으로 굽는 우애, 상처받을까봐 겁나서 먼저 상처 주는 비겁함, ‘애들이 무슨 걱정이 있나 학교 가서 수업 듣고 놀고 밥 먹고 그게 다인데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무관심, 부모의 무관심에 괜찮은 척하는 착한 아이의 답답함.

  감독은 주인공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로 설정한 이유가 그 나이 즈음이면 이제 친한 친구들끼리 무리 짓기를 시작하고 교실은 정말 작은 사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쩌면 그때부터 인간관계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쉬워지는 일도 있지만 인간관계는 반비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제일 어린 선이의 동생 다섯 살짜리 윤이야 말로 인간관계의 지혜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매번 친구에게 맞으면서도 함께 노는 윤이에게 선이는 속상해서 너도 계속 때리라고 말한다. “계속 때리기만 해?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또 때리고. 난 그냥 놀고 싶은데.” 귀여운 윤이의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가 웃음 끝에 긴 여운이 남는다. 윤이가 하고 싶은 것은 그냥 친구랑 재미있게 노는 것이다.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이가 지아와 하고 싶은 것은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비밀 폭로로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느덧 우리가 진짜 우리들이 되어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 보았던 노희경 작가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표민수 감독과 드라마를 만들면서 그렇게 많이 싸우셨단다. 싸우다가 화가 나면 표민수 감독 집에 쫓아갈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결국 드라마를 잘 만들려고 모였는데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의 진심을 알고, 목적이 같으면 돼요. 갑자기 기분이 확 나쁘다가도 아 우리 목적이 뭐지?’라고 생각을 하죠. 그러니까 목적을 계속 챙기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뭘 하다 보면 이것을 자꾸만 놓치게 돼요." 노희경 작가의 말에서 그리고 그럼 언제 놀아?’라는 윤이의 물음에서 인간관계의 답을 엿볼 수 있다. 그 사람과 처음 만나서 우리들이 되었을 때 우리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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