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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 의자

category 다큐 2021. 1. 2. 00:25

  ebs 다큐프라임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2부작 다큐 <의자>에서는 묻는다. '의자는 무엇인가요?' 의자는 앉는 곳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평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은 약 7시간 30분이라고 한다. 하루 중 우리와 가장 많이 밀착해 있는 가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매일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면서도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의자는 무엇일까? 배우이자 19년 차 목수인 이천희가 내레이터로 함께하며 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1<의자가 궁금하다>에서는 의자의 기능, 가치에 대해 살펴본다. 의자는 사람을 닮았다. 의자 모양은 사람이 앉은 모양과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의자에 편히 앉아 체중을 분산할 수 있다. 덕분에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고 일하고 때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의자가 기능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적인 만족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는 400만 원이 넘기도 하고 예술작품으로 전시되기도 한다. 이때 의자는 표현 수단이 된다.

  덴마크에서 의자는 휘게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휘게'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박하고 편안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덴마크 국민들의 높은 행복지수 비결로 꼽힌다. 크리스마스 만찬의 경우 5~6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다 보니 편안한 의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자는 '자리'라는 개념으로 '권력'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회의실에 일반 사무용 의자들과 중역용 의자 하나를 두었다. 회의실에 들어온 직원들은 차례대로 일반 사무용 의자를 채워 앉았다. 회사 대표도 일반 사무용 의자에 앉자 마지막에 들어온 막내 사원은 선택의 여지없이 중역용 의자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막내 사원은 중역용 의자에 앉기까지도 쭈뼛거리며 망설였고, 앉은 후에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해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권력관계를 고려해 의자를 선택하고 앉는다는 사실을 실험은 보여준다.

  2<의자와 나>에서는 좋은 의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당신에게 좋은 의자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내레이터 이천희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각자 생각하는 좋은 의자를 정의해본다. 가족과 함께 좋은 풍경을 볼 때 앉을 수 있는 의자, 작업하기 편한 의자 등등 원하는 의자도 가지각색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법을 자꾸 잊는다. 그래서 아이 목소리가 알람으로 울리는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이의 목소리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의자' 하나로도 참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의자는 무엇일까. 나에게 좋은 의자란 무엇일까. 질문을 되뇌다 보니, 무심코 앉아서 하루를 함께 보냈던 의자가 새삼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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