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에서 제주 청수곶자왈을 찾았다. 비가 내리는 날 투명 우산을 쓴 아이유가 스토리텔러로 나섰다. 곶자왈은 곶(숲)과 자왈(덤불)이라는 제주어의 합성어로 제주의 천연 원시림을 말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별한 곳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비밀의 숲에 들어와 있는 신비한 기분이 든다. 아이유가 든 우산 위로 톡톡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ASMR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비가 와서 더 행운이라는 아이유의 말처럼, 비가 온 덕분에 왠지 숲이 뿜어내는 풀향기까지 화면 밖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숲길을 지나자 5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청수곶자왈을 지키고 있는 팽나무가 나타났다. 바람의 방향을 따라 가지를 뻗어 일명 '바람의 나무'라고도 불린다. 동네 아이들에게 사방으로 튼튼하게 뻗은 팽나무 가지는 요리조리 올라타며 놀 수 있는 정글짐이자 미끄럼틀이었다. 어른들에게는 일하다 쉬어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 쉼터가 되어주었다. 나무에서 놀던 아이가 노인이 되고, 탄생과 죽음이 수없이 교차하는 동안 팽나무는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그 모든 시간을 지켜보았다. 거친 나무껍질과 굽이지며 뻗어나간 가지마다 500년 동안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고 팽나무는 오늘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수곶자왈에는 팽나무처럼 큰 몸집을 가진 식물도 있지만, 반딧불이와 달팽이처럼 아주 작은 생명들도 함께 살고 있다. 밤이 되자 반짝반짝 작은 빛이 숲에 나타났다. 반딧불이다. 청수곶자왈 반딧불이는 초록빛을 낸다. 사랑을 찾는 반딧불이의 반짝임과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아이유의 노래 <밤편지>가 어우러져 깜깜한 곶자왈의 밤이 낭만적이다.
숲길을 걷다 만난 달팽이가 나무를 오르고 있다. 아마 달팽이는 평생을 움직여도 청수곶자왈을 모두 둘러보지는 못할 거다. 하지만 가장 멀리 가고, 가장 높이 오르지는 못해도 지금 오르고 있는 나무만큼은 숲 속의 그 누구보다 깊이 알지 않을까. 자기의 속도로 자기의 삶을 사는 달팽이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힐링은 치유인데 치유가 되려면 멈춰야 하는 것 같다는 아이유의 말처럼, 일상을 멈추고 잠시 숲의 풍경과 소리에 집중한 시간이 기대이상으로 편안함을 선물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