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상승'의 이야기나 화려한 스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전락'의 이야기에 끌리는데, 휘트니 휴스턴은 이를 모두 가지고 있죠." (이동진 영화평론가)
휘트니 휴스턴에 관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 <휘트니(Whitney, 2018)>와 <휘트니 휴스턴 : 그냥 나로 살고자 (Can I Be Me)>는 그녀의 상승과 추락을 모두 담고 있다. <휘트니>는 휘트니 휴스턴의 화려한 데뷔부터, <휘트니 휴스턴 : 그냥 나로 살고자 (Can I Be Me)>는 베버리힐스 호텔에서 그녀가 숨진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두 편의 다큐 속 휘트니의 목소리,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공개되지 않았던 무대 뒤 홈비디오 자료 등을 통해 한 사람으로서 휘트니 휴스턴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늘 거인에게 쫓기는 꿈을 꿨어요."
<휘트니>는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종종 영혼을 훔치러 오는 거인에게 쫓기다 잠을 깨지만 다행히 잡히지는 않는다고 유쾌하게 웃으며 휘트니는 말한다. 이 인터뷰는 영화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나온다. 그런데 그때는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가족, 친구, 연인, 목소리까지 잃고 결국 자신도 잃어버린 그녀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 듣는 웃음 섞인 목소리는 씁쓸하고 슬프게 들린다. 결국 거인에게 잡혀버렸다. 거인이 더 빨라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녀가 도망치는 것에 지쳐 스스로 달리기를 멈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 일 수 있을까(Can I Be Me)?'
휘트니는 이 말을 즐겨했다고 한다. 얼마나 자주 말했던지 샘플 곡을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휘트니는 '진짜 나'와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나' 사이에서 방황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휘트니는 집에서 아버지가 붙여주신 별명인 '니피'로 불렸다. 노래로 대화하고 오빠들과 동네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던 '니피'는 가수였던 엄마의 혹독한 트레이닝과 아버지가 그린 '티 하나 없이 맑은 소녀'라는 컨셉에 맞는 가수 '휘트니'가 되었다.
스타가 된 후 인터뷰에서 휘트니는 행복하지 않은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명성을 얻으면 멋지게 늙어야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돈으로 행복해지지 않아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죠..." 오히려 그녀는 돈과 명성 때문에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었다.
큰돈을 벌기 시작하자 가족들은 휘트니에게 경제적인 모든 것을 의지했고, 영화 <보디가드>의 성공으로 영화배우, 가수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남편의 자격지심과 횡포는 심해졌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휘트니'라는 역할을 연기해야하는 날이 계속될수록 그녀는 더 깊은 늪으로 빠지고 마약도 끊을 수 없었다.
다큐 <휘트니 휴스턴 : 그냥 나로 살고자>에는 휘트니가 니피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일어나, 니피! 니피! 거기 있니?... 니피는 휘트니를 불러도 휘트니는 니피를 못 불러요." 휘트니는 가족들의 사랑 속에 그저 즐겁게 노래하던 어린 시절의 니피로 살고 싶었던 것 같다.
니피는 휘트니를 부를 수 있지만, 휘트니가 되면 니피는 사라지니 부를 수가 없다. 휘트니가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온전히 니피로 살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오래 그녀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나로 산다는 건 당연한 일 같지만 쉽지 않은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