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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의 희생이 미덕은 아니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관객수 천만 명을 넘으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대사이다. 격동의 1950년대~70년대를 살아온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담은 이 영화는 보며, 또 다른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덕수가 그러했듯 아버지 세대의 희생이 또 필요할까? 아버지 세대가 과거에 희생했으니 이번에는 젊은 세대가 희생해야할까? 아니다. 한 세대의 희생으로 나라의 성장을 이끄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미화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성세대도 젊은세대도 모두 국가가 보호해야할 국민이다. 한 쪽의 희생이 미덕이라는 인식에서 오늘날 사회문제가 엉뚱하게 세대갈등으로 변하고 있다.

  작년 우리 사회는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처음 취지와 다르게 임금피크제가 아버지 세대의 희생으로 아들 세대를 채용하는 세대갈등 이슈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와 근속연수를 채운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해 이들의 고용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논의는 전혀 다른 쟁점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 수단으로 임금피크제를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의 주장은 무능한 고령근로자들의 임금을 깎아 유능한 청년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아버지의 임금을 깎아 아들을 채용한다며 반발했다.

  현재 이미 잘못된 시각형성으로 사회문제가 세대갈등으로 번진 것은 소통을 통해 올바른 관점을 형성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여러 세대가 한 집에 살면서 서로 돕고 소통하는 세대공존 하우스를 운영하고,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노인과 청년이 만나 역사와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하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소통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동등한 국민으로서 함께 해결방안을 찾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국제시장이 끝날 때쯤 주인공 덕수(황정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앞에서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라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던 시절 가족을 지키기 위해 외국으로 목숨을 걸고 일하러 가야했다. 그때의 아버지의 희생이 숭고하다고 하여 오늘날의 아버지들도 자식을 위해 임금과 일자리를 포기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청춘은 아픈 것이니 젊은이들에게 비정규직의 불안 속에서 버티라고 해서도 안 된다. 한 세대의 희생으로 버티는 국가에게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사회문제가 더 이상 세대갈등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회문제 해결에서 일부의 희생이 아닌,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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