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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료타), 오노 마치코(미도리), 마키 요코(유카리), 릴리 프랭키(유다이), 니노미야 케이타(케이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내, 아들과 함께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비즈니스맨 료타가 6년 동안 키운 아들이 산부인과에서 바뀌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겪는 고민을 보여준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막장 드라마를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 전작을 통해 특유의 담담한 전개를 보여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차분하게 풀어낸다. '키운 정인가, 낳은 정인가'라는 문제가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진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영화는 주인공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의 고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진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낳은 아들과 기른 아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료타를 통해 진짜 아버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보여준다.

첫째,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먼저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영어 제목은 <Like Father, Like Son>이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부전자전'이다.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아버지는 료타에게 인색하고 다정하지 못해 상처를 많이 줬었다. 그런 아버지를 료타는 미워했지만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인정받고자 쉼 없이 달렸다. 자신의 아들 케이타도 완벽한 아들로 키우고 싶어서 스스로 성취하고 경쟁에서 이기도록 다그친다. 료타의 아버지가 어떻게 료타를 키웠는지 유년시절은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피아노'를 통해 료타와 아버지는 같은 방식으로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료타의 아버지는 동네 꼬마의 피아노 연습 소리에 3년째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비난을 한다. 료타도 아들 케이타가 또래에 비해 피아노 실력이 떨어지자 경쟁에서 이겨야하지 않겠냐며 나무란다. 미워했던 아버지였지만 료타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와 닮은 아버지가 되고 있었다. 료타는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했던 아들 케이타를 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아들에게 대물림했음을 인지한다. 자신의 상처를 바로 보고 인정하고 나자, 료타는 자신의 아버지와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케이타에게 필요한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둘째, 시간이 필요하다

  료타는 아들 케이타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주말에도 바쁘게 일한다. 그런 료타에게 료타의 친아들 류세이를 키운 아버지 유다이(릴리 프랭키)는 아이들에게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료타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도 있다며, 자신은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느라 바쁘다고 대꾸한다.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 거죠." 유다이의 말에 료타는 말문이 막힌다. 아이를 위해 일하지만 정작 아이와는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료타가 중요시 생각하는 좋은 환경, 물질적인 혜택은 료타가 아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조금 달랐다. 함께 연을 만들어 날리고,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주고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들 케이타에게는 더 필요했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피로 연결되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연결되지는 못한다. 반대로 피로 연결되지 않아도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 마음이 연결된다. 아이가 자라는 시간에 함께하는 동안 아버지도 그 시간 속에서 자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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