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박인제
출연: 최민식(변종구), 곽도원(심혁수), 심은경(박경), 라미란(양진주), 문소리(정제이), 류혜영(임민선), 이기홍(스티브)
영화 <특별시민>은 변종구(최민식)의 헌정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 도전기이다. '사랑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외치지만 사실 그가 진짜 사랑하는 것은 서울 시민이 아니라 '권력'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3선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토대로 푸른 기와집, 청와대까지 넘보는 변종구(최민식)에게 정치는 쇼이다.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유권자들을 속이는 정치쇼. 심혁수(곽도원)는 선거 공작의 일인자로 변종구(최민식)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정치쇼를 기획, 감독한다. 영화 <특별시민>은 권력의 맛에 중독된 정치꾼들이 어떻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속이고 빼앗는지 쇼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특별시민>을 통해 감독은 끝없는 인간의 권력욕과 시민들이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정치란 무엇이고, 유권자는 어떤 자세로 정치인과 정치를 대해야할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이다.
박인제 감독은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영화 <특별시민>이 정치와 투표에 회의감을 들게 하면 어쩌나 우려된다고 했다. 덧붙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판을 뒤엎을 힘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영화를 본 후 감독의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쇼의 백스테이지는 유권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민낯은 그곳에서만 나온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아무리 꼼꼼히 살피고, 토론, 연설을 보고 신중하게 투표를 해도, 변종구(최민식), 심혁수(곽도원)와 같은 정치꾼들의 정치쇼에 속을 수밖에 없다면 투표할 힘이 날까? 검색어 1위를 만들어내고, 네거티브에 역 네거티브까지 계산하고,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은 밖으로 세어 나가지 않게 쉬쉬하고, 언론과 결탁해 유권자가 보고 듣는 정보를 왜곡하는 것이 영화 속 변종구 주연 정치쇼의 정치공학이다.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백스테이지의 후보자 정보와 진심을 알기 위해 유권자는 얼마나 더 똑똑해져야하나. 유권자들도 안다. 후보자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무엇을 속이는지 감추는지, 어떻게 정치 공작을 펼치는지도 머리 아프게 생각한다. 내 소중한 한 표를 정치쇼에 속아서 행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권자가 언제까지 정치쇼의 판정단이 되어야할까. 유권자의 똑똑함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현상도 어쩌면 정치꾼들이 원하는 정치 무관심을 이끄는 쇼의 한 장면이 아닐까. 올바른 선택을 위해 유권자들에게만 책임을 지우기보다 후보자, 선거캠프, 언론, 선관위 모두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관행이 되어버린 정치쇼를 막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고 고민하기 보다는, 유권자 누구나 보고 듣는 것만을 믿고 판단해도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선거가 된다면 투표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영화 <특별시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5월 9일)을 앞두고 정치, 선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